함신익 美예일대 교수 2년만에 고국무대
미국 예일대 음대 지휘과 교수인 지휘자 함신익(50·사진) 씨. 잘생긴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로 정평이 난 그는 2001년부터 6년간 대전시향의 상임지휘자를 맡아 대전시향을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으로 끌어올렸던 화제의 주인공이다.
그는 대전시향 재임 도중 외국인 5명을 포함한 우수 단원 확충으로 악단의 수준을 높였고 말러 시리즈를 8번이나 연주했으며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국내 초연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는 2006년 말 일부 단원과의 불화 등을 이유로 논란 끝에 대전시향의 지휘봉을 놓아야 했다.
그가 2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왔다. 25일 베르디 ‘레퀴엠’을 지휘한 데 이어 다음 달 12, 13일 서울 예술의 전당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230명 규모의 고양시립합창단과 서울클래시컬플레이어즈를 이끌고 윌리엄 월턴의 ‘벨사자르의 축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그동안 함 씨는 예일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앨라배마 교향악단, 멕시코 국립교향악단 등을 지휘했다. 올해 9월 세계 30개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필하모니아 오브 네이션스’ 지휘자로 유럽 순회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대전시향을 떠난 이후로 지휘자로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말하는 함 씨. 그에게서 지휘자의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 “훌륭한 지휘는 서로 듣게 해주는 것”
“그동안 나는 지휘자의 손끝에서 음악이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음악은 연주자로부터 나온다는 게 진리다. 멋있게 지휘봉을 흔들고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지휘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일 뿐 음악과 관계없다. 훌륭한 지휘는 연주자들끼리 서로 듣게 해주는 연주다. 많은 단원이 ‘지휘받는다(be conducted)’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하는 것이지 지휘당해선 안된다. 베를린필하모닉의 단원들은 어떤 지휘자가 와도 자신들의 소리를 낸다.”
○ 연주자와 믿음의 관계를
“지휘자들은 ‘나는 악보를 다 외웠다’ ‘나는 당신이 반음 틀린 것을 집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실력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수는 연주자 자신이 가장 먼저 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전체가 다 안다. 모두 ‘저 사람 때문에 연주를 망쳤다’고 생각하는데 지휘자가 ‘당신 음정 틀렸다’고 공개 망신을 주는 순간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적이 된다. 언제든 나도 저 사람 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정이 틀리는 사람은 지적해도 다음에 또 틀린다. 차라리 연습이 끝나고 따로 만나 도와주는 편이 낫다.”
○ 똑똑하기보다 지혜로워야
“시카고심포니 단원들에게 ‘왜 전임 지휘자 바렌보임이 싫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바렌보임은 천재이고, 음악적으로 기가 막히다. 그러나 인간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지휘자란 똑똑하기보다 지혜로워야 한다. 그동안 나는 결과만을 지향했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휘대를 차지했다고 해서 단원들을 통솔할 힘과 존경이 생기는 게 아니다. 존경은 얻어야 하는 것이다. 지휘자는 음악 하나만이 아니라 총체적 인격으로 존경받아야 한다.”
7월 1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2만∼10만 원), 13일 오후 5시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1만∼8만 원). 031-967-961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