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000년경 이란 고원에서 발생해 기원전 6세기 스키타이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오리엔트(서아시아)를 통일한 페르시아. 7세기까지 찬란한 문화를 유지하며 동서 문명 교류를 이끌었던 페르시아. 그 위대한 문명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세계 최초의 제국 페르시아 영광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 인류 문명사의 중요한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페르시아 문명은 고대 인류 문명사 이해의 키워드다. 전문가들은 동쪽으로 아시아, 서쪽으로 유럽 문화의 원류가 됐다고 강조한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페르시아 문명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유럽, 아시아 문명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페르시아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일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대상, 이슬람 제국의 멸망 대상 정도로만 알려져 왔다. 이번 전시는 페르시아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인류 문명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페르시아 제국은 전성기 아케메네스 왕조(기원전 559년∼기원전 330년) 때 수많은 정복지를 잇는 정교한 도로를 건설했다. 이 덕분에 페르시아를 중심으로 동서 문명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실크로드가 탄생할 수 있었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는 이런 교류사를 증명하는 유물이 대거 출품됐다. ‘동물머리 장식 황금 단검’도 그 가운데 하나. 이 짧은 칼자루를 그리스인들은 아키나케스라고 불렀고 시베리아, 네이멍구, 중국에서도 페르시아 단검의 영향을 받은 유물들이 발견된다.
페르시아 제국의 공식 문서인 왕조 비문도 세계 언어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비문은 항상 고대 페르시아어뿐 아니라 정복지의 엘람어, 바빌로니아어 등 세 가지 언어로 새겨졌다. 공식 비문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한 제국은 페르시아가 유일하다. 정복지 문화와 언어를 존중한 세계 최초 ‘관용의 제국’인 셈.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명문 피라미드 모양 추’, ‘다리우스 대왕의 명문판’ 등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페르시아가 인류 최초로 농경과 동물 사육을 시작한 곳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농사를 지었던 페르시아 지역의 유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농업 수확물을 저장하며 풍요를 상징했던 큰 그릇(기원전 4500년∼기원전 4000년) 등 인류 문명의 혁명을 가져온 토기 유물도 만날 수 있다.
페르시아와 우리 고대문화와의 긴밀한 교류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의 매력. 사자를 향해 활을 겨누는 모습을 새긴 사산조페르시아(226∼651년) 은접시와 비슷한 분위기의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 실크로드를 타고 신라까지 건너온 다양한 페르시아 유물과의 만남도 놀라울 따름이다.
올여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와의 만남은 이처럼 신선하다.
글=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사진=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면 디자인=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전시 안내전시 기간8월31일까지.관람 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관관람료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문의02-793-2080
홈페이지 www.persia2008.com대구 전시는 9월 29일~12월 21일 국립대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