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은 차가운 성질의 휘록암
고온다습 바람에 이슬 잘 맺혀
국가적인 길흉사가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진 경남 밀양시 무안면 내 홍제사의 표충비. 이달 18, 19일 상당한 양의 땀을 흘렸다고 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현상은 어떤 이유에서 벌어지는 것일까.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변희룡 교수는 “표충비 땀은 고온다습한 바람이 찬 비석에 닿아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結露)’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로 현상이란 수분을 많이 포함한 더운 공기가 찬 물체에 닿았을 때 물방울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황수진 교수는 이미 1998년 모의실험을 통해 표충비에 생기는 결로현상을 해석한 바 있다.
연구팀은 표충비의 주요 성분인 휘록암 샘플을 온도 20도, 습도 80%인 환경에 노출시킨 뒤 온도를 5도 간격으로 내린 결과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을 확인했다. 표면에 맺힌 물의 양은 온도가 내려갈수록 늘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항묵 교수는 “휘록암은 쉽게 차가워지는 성질이 있어 고온다습한 바람이 불어오면 다른 암석보다 이슬이 잘 맺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최저온도는 12.5도였다가 18일 오전 20도까지 상승했다. 또 17일부터 이 일대에는 94mm의 비가 내려 최저 습도가 80%까지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김 교수는 “표충비가 있는 홍제사는 좌우가 산으로 둘러싸여 통풍이 잘 안 된다”며 “이 때문에 증발하지 못한 다량의 수분이 마치 ‘땀’처럼 아래로 흘러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낮 12시 40분부터 19일 오전 4시까지 표충비에 맺힌 수분의 양은 10.8L. 사찰 관계자는 “수건을 적신 물의 양을 측정한 결과여서 실제 맺힌 양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높이 275cm, 너비 98cm, 두께 56cm 크기의 비석이라면 이 정도 양은 충분히 맺힌다”고 했다.
밀양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표충비에서는 2002년 1월 15일 75.6L나 수분이 맺힌 적이 있다.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symbio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