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 빌 게이츠(53)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27일(미국 현지시간) 자선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공식 은퇴한다. MS를 설립한지 33년 만이다.
게이츠 회장은 일상적인 회사 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해 비상근 이사회 의장 역할만 하면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일에 남은 인생을 바칠 것이라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게이츠 회장은 2개월여 간의 휴가를 즐긴 뒤 9월부터 본격적인 자선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8월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머물 계획이다.
그는 '세계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에 늘 부담을 느껴왔고 그에게 자선사업은 엄청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출구' 역할을 해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게이츠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서 많은 재산이 기술개발과 교육, 의학연구, 사회보장서비스 같은 중요한 일에 사용된다면 사회나 나의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5년 하버드 대학을 중퇴, 고등학교 2년 선배이자 친구였던 폴 앨런과 함께 MS를 설립한 게이츠 회장은 MS-DOS와 윈도 등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게이츠 회장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올해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에게 이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580억 달러(약 60조3000억 원)라는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2000년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보유자산 373억 달러·약 38조7000억 원)을 설립해 에이즈 퇴치와 교육 사업 등에 앞장서왔다.
게이츠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은퇴 의사를 밝혔다. 2000년 하버드 대학 시절 친구이자 경영의 오랜 동반자였던 스티브 발머(52)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겼다. 2006년 6월에는 성명을 통해 20008년 7월경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도 6월 은퇴를 시사했다.
게이츠 퇴임 후 MS는 발머를 정점으로 크레이그 먼디 최고 전략담당 임원, 레이 오지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책임자, 케빈 터너 최고 운영담당 임원 등이 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