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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향기]‘삼위일체’ 파격묘사 소설에 美 시끌

입력 | 2008-06-28 02:58:00


요즘 미국 출판계는 예상 밖의 베스트셀러 한 권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윌리엄 영(53) 씨가 쓴 페이퍼백 소설 ‘오두막(The Shack·사진)’이다. 미국의 언론과 출판계가 ‘오두막’의 돌풍에 놀라는 이유는 이 책이 기독교 서적이기 때문이다. 독자층이 한정된 기독교 서적이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됐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책과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했다.

‘오두막’이 처음 출판된 것은 지난해 5월. 무명의 저자가 쓴 첫 소설인 데다 기독교 서적으로 분류돼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늘더니 8일에는 뉴욕타임스 페이퍼백 소설 부문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미국의 대형 체인서점들인 반스앤노블과 보더스그룹의 집계에서도 이 소설은 1위다. 출간된 후 1년여 동안 100만 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 맥의 어린 딸이 유괴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4년 뒤 맥은 딸이 살해당한 흔적이 발견된 오두막을 방문한다. 그는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신과의 소통을 통해 영적 치유를 받는다.

골자만 놓고 보면 이 책은 비슷한 소재의 다른 책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책의 차별성은 책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이다. 소설 속의 하나님은 흑인 여성이고 예수는 코가 지나치게 큰 노동자, 성령은 아시아인의 모습을 한 요정이다.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파격적인 모습으로 그린 것이다. 저자는 “종교의 선입관을 깨기 위해서 하나님을 흑인 여성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계에선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보수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은 “정통 신앙을 파괴하는 이단적인 책”이라고 비난했다. 반면에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사도 적지 않았다. 라디오와 블로그를 통해 이런 논란이 확산됐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호기심에 책을 사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교회의 단체 주문도 줄을 이었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쓴 계기와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관심을 끌었다.

저자 영 씨는 어릴 때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 결혼한 뒤 15년 동안 바람을 피웠고, 그 후 10년 동안은 가족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신과의 소통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2005년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6명의 자녀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쓴 그는 완성된 작품을 자녀와 몇몇 친구에게 나눠줬다.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는 웨인 제이콥슨이라는 목사에게 정식 출판 여부에 대해 자문했다. 제이콥슨 목사는 “어떤 책에서도 다루지 않은 방식으로 신을 다뤘다”는 평가를 내렸다.

영 씨는 제이콥슨 목사, 전직 목사인 브래드 커밍스 씨와 의기투합해 정식 출판을 위한 원고를 새롭게 완성했다. 그런 다음 출판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기독교계 출판사들은 ‘너무 논란이 강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다른 출판사들은 ‘너무 기독교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 세 사람은 자비를 털어 윈드블론 미디어라는 출판사를 세웠고 주로 웹사이트(theshackbook.com)를 통해서 판매했다. 판매량이 늘자 지난해 말에는 반스앤노블, 보더스그룹으로부터 대량 주문이 들어왔고 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도 책이 비치됐다.

이를 통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오두막’을 사게 됐고 그 덕에 베스트셀러 코너의 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