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세계 40개국 1130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CEO 스터디 2008’ 결과는 ‘향후 엄청난 환경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고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많은 CEO들은 글로별 경쟁 격화와 고객 욕구의 변화, 자원 및 환경 이슈의 부상 등으로 외부 환경이 매우 불확실해졌기 때문에 과감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조사를 진행한 IBM의 새뮤얼 팔미사노 CEO는 “기업 경영자들은 고객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요구사항도 늘어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판단하고 차별화를 위해 고객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IBM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동아일보사가 발간하는 실전형 경영전문지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27일 공개했다.》
○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
변화에 대한 전 세계 CEO들의 열망은 엄청나게 강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기업의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CEO는 조사 대상의 83%에 달했다. ‘적당한 변화’(11%)나 ‘제한적 혹은 무변화’(6%)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또 재무 실적이 좋은 기업은 변화 대처 능력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이 우수한 기업군의 경우 과거 성공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66%로 실적이 저조한 기업군(54%)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앞으로 본질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실적 우수 기업(85%)과 그렇지 않은 기업(83%) 모두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환경 변화를 가져오는 주 요인(복수응답)으로는 시장(48%), 인력(48%), 기술(35%) 등이 꼽혔으며 글로벌화와 규제정책 변화, 사회적 요인, 환경 및 지정학적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 새로운 시장과 고객에 투자 확대
글로벌 CEO의 상당수(67%)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시장이 기업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지난 3년간 신흥시장 관련 사업에 전체 투자비의 23.2%를 투입했지만 앞으로 3년 동안에는 27.5%를 투자하겠다고 대답했다.
정보기술 발달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고객에 대해서도 CEO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과거 기업은 고객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로 상황이 변했다. 상당수 고객들은 인터넷으로 제품의 가격 및 성능을 비교하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CEO 중 76%는 이런 고객의 변화가 기업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객의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기보다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또 지난 3년간 고객과 관련한 평균 투자비는 전체 투자비의 16.7%를 차지했지만 향후 3년 동안에는 평균 20.4%로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재무실적이 좋은 기업군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신흥 시장이나 고객 관련 투자를 과거보다 더 큰 폭으로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 글로벌 통합과 비즈니스 구조 변화
과거 많은 기업들은 중국이나 인도의 값싼 노동력만을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개편하는 등 ‘글로벌 통합’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글로벌 전략에 맞춰 기업 기능과 지식 및 자산의 구성비에 변화를 주겠다’고 응답한 CEO는 57%에 달했다. 반면 현재의 기능과 지식, 자산 구성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대답은 11%에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한 CEO는 “과거 우리는 국내 영업 인력이 국제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런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제 국제화를 위한 최적의 팀을 구성했다”고 답변했다.
또 글로벌화에 맞춰 광범위한 제휴를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신규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55%와 43%로 나타났다. 반면 모든 것을 (다른 업체와 제휴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 처리하겠다는 응답은 10%, 신규 시장보다는 현재 핵심 시장을 고수하겠다고 답한 CEO는 20%에 그쳤다.
글로벌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대답한 CEO 비율은 24%였고 유기적 성장(M&A 없이 내부 역량으로 성장)만 추진하겠다는 답변자는 26%였다. 둘 다 추진하겠다는 답변은 50%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IBM은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더 폭넓은 제휴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광범위한 협업이 실적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비즈니스 모델 혁신 추진
많은 CEO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차별화만으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3년간 광범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대답한 CEO는 전체의 69%에 달했다. ‘적정 수준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겠다’는 대답(29%)과 ‘제한적으로 혹은 계획 없다’는 응답(2%)은 소수에 그쳤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기업 모델 혁신은 기업의 역할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시스코시스템스처럼 판매와 유통을 제휴사에 맡기고 브랜드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게 대표적 사례다. 둘째, 수익모델 혁신은 질레트가 면도기가 아닌 면도날 판매로 수익을 올린 것처럼 이전과 다른 새로운 수익 원천을 발굴하는 것을 뜻한다. 셋째, 산업모델 혁신은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스처럼 기존 산업을 재정의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 모델 혁신(39%)을 추진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수익모델 혁신(23%)과 산업모델 혁신(18%)이 그 뒤를 이었다. 산업모델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응답이 적게 나온 것은 새 산업을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사에 참여한 일부 CEO들은 현재 산업 구조에서 적절한 위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실적이 우수한 기업 가운데 산업모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8%로 성과가 낮은 기업의 20%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 산업모델 혁신이라는 가장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2호(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
눈앞의 현금 vs 확률 50% 로또
현금 1000만 원과 당첨 확률이 50%인 2500만 원짜리 복권이 있다. 기댓값에 의한 수학적 추론을 하면 2500만 원짜리 복권을 선택하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사람들 94%는 현금 1000만 원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복권 당첨의 기쁨보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을 받지 못하는 손실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KAIST 정재승 교수가 이런 손실 회피 성향을 분석한다.
Reader’s View/
정보의 홍수 속 ‘금맥’을 찾는 비결
통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름길은 특정 뉴스에서 시사점 또는 새로운 정보를 이끌어 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뉴스 내용 이상의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우고 더 넓은 세계를 보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특정 뉴스에서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려면 뉴스 내용과 다른 무엇인가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Future Wave/
“CO2를 줄이자” 일본, 미래를 걸다
에너지 기술 강국인 일본은 미래 저탄소 사회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회수 및 저장 기술, 혁신적 태양광 발전, 지능형 고속도로 교통시스템,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 등이 그 노력의 결실이다. 일본의 사례는 산업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다(多)매장 초대형 기업의 딜레마
소매 체인, 은행, 호텔,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등은 비슷한 점포를 수백 개 또는 수천 개 가진 다매장(multiunit) 기업에 속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가빈 교수 등은 다매장 조직은 매장관리자, 구역관리자, 지역담당 부사장, 총괄 책임자 등 4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직급에 맞는 특수한 역할을 잘 수행해야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