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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논리와 사고]사고의 깊이를 봅니다!

입력 | 2008-06-30 02:57:00


사고력이 달린다?

첫째도 둘째도 많이 읽고

내 관점으로 정보 걸러라

글이 안 된다?

자주 써보는 게 최선책

짜임새 있는 문단 훈련을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면서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논술을 걱정하는 응시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논술’이 글재주를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술은 텍스트를 이해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 내용을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LEET 논술의 세 문항도 이해, 평가, 적용의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고 내용을 글을 통해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능력은 현란한 글재주를 갖추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 담담하지만 분명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LEET 논술의 평가 주체를 고려할 때에도 글재주가 중심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대입 논술은 대학의 입학처가 관할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채점위원으로 위촉됩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입시는 대부분 각 대학원에서 스스로 관할하기 때문에 LEET 논술은 외부 지원 없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 채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란한 기술보다 깊이 있는 사고 내용과 논리적 전개 여부가 평가의 초점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실제로 글을 잘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으며, 각각 다른 처방이 필요합니다.

우선 사고 능력이 부족해서 글을 잘 쓰지 못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글은 생각한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생각할 힘이 없으면 글을 잘 쓸 수 없습니다. 생각할 거리, 생각할 내용이 부족해서 힘든 경우도 있고 생각하는 기량이 모자라서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사고 능력이 부족하면 글 쓰는 기술이나 요령을 익힌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 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이런 학생이라면 올해는 LEET 시험에 응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은 2개월 동안 단기간에 사고능력을 기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고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다음을 기약하며 무엇보다 많이 읽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생각할 내용이 없으면 사고 능력이 향상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일정 양 이상의 정보와 지식을 갖추어야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입니다. 빈 수레는 요란하기라도 하지만 함량 미달의 두뇌는 침묵과 정적 속에 휩싸일 뿐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냥 입력만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강의를 들었더라도 지식의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구경꾼에 그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식의 바다에 뛰어들어 직접 헤엄을 쳐야 합니다. 정보들을 자기 관점에서 따져보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내 것’이 됩니다. 읽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장 훌륭한 과정은 토론입니다. 항상 토론을 독서의 일부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사고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훈련이 부족해서 잘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말은 잘하는데 글은 못쓰거나, 글은 잘 쓰는데 말을 잘 못하는 학생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물론 이때 ‘잘 한다, 잘 쓴다’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좋은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학생은 선천적으로 말하거나 글 쓰는 능력이 약한 경우이거나 아니면 훈련이 부족한 경우에 해당할 것입니다. 어느 경우이건 훈련이 필요하며, 말하기 혹은 글쓰기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습득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말은 잘하는데 글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논술과 관련되는데, 남은 두 달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해 훈련하면 약점을 상당 수준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첫째, 무엇보다 자주 써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글쓰기 훈련은 수영 배우기와 비슷합니다. 서점에 가서 좋은 수영 교본을 사서 꼼꼼히 줄을 그어가며 외운다고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에 직접 몸을 담그고 첨벙거리는 과정에서 수영하는 법을 몸에 익히게 됩니다. 글쓰기도 쓰면서 체득해 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둘째, 긴 글을 쓰기 이전에 한 문단 쓰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술 같은 논리적인 글은 한 문단을 논리적으로 밀도 있게 구성하는 능력이 없이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LEET 논술에서 800자 이하의 답안을 쓰는 문항들은 사실상 각 문단의 구성력이 전체 답안의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1200자 이상의 글을 쓰는 문항도 문단이 서로 잘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문단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빈틈없이 구성되지 않고서는 글의 완성도가 보장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기간 최소한 하루 한 문단을 최대한 밀도 있게 구성해서 써 보는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