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뿐인 서민 대출자들 발동동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9%를 넘어섰다.
물가 급등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단기채권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장기채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채권금리는 상승)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린 서민 대출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주택대출 금리 상승 행진
29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이번 주 초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를 연 7.55∼9.05%로 고시해 지난주보다 0.1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도 각각 연 7.40∼8.80%, 연 8.10∼8.80%로 지난주보다 0.10%포인트 올랐고, 국민은행은 연 7.14∼8.64%로 지난주보다 0.05%포인트 금리를 올렸다.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보다 고정형 금리가 더 오른 것은 고정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은행채(신용등급 AAA 기준)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4월 30일까지 연 5.47% 수준이던 은행채 금리는 23일 연 6.50%까지 치솟아 글로벌 신용위기의 충격을 심하게 받던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에 비해 국민 우리 신한은행의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주보다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는 일반적으로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된다.
○ 은행채 금리상승이 금리 끌어올려
최근 은행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물가 급등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또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시장의 투자수요가 단기 채권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은행채의 가격은 더 떨어지고, 채권금리는 더 오르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오래 보유하면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3개월 만기인 CD는 발행도, 수요도 많아 금리가 어느 정도 고정돼 있지만 만기가 1년 이상인 은행채는 발행보다 수요가 부족해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은행의 CD발행 잔액은 2조2000억 원 늘었지만 금리는 연 5.36∼5.37%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채 발행 잔액은 2000억 원 줄었는데도 금리는 4월 말 연 5.47%에서 5월 말 연 6.07%로 0.6%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6∼12월) 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어 장기 금리뿐 아니라 단기 금리도 머지않아 따라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