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전차군단’ 독일을 꺾고 유럽 최강자에 등극했다.
스페인은 30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하펠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08 결승전에서 전반에 터진 페르난도 토레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 독일에 1-0, 짜릿한 한점차 승리를 일궈냈다.
이로써 스페인은 지난 1964년 자국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무려 44년 만에 우승컵에 입맞추는 기쁨을 맛봤다.
그동안 막강한 공격진에 비해 모래알 수비력으로 메이저대회 4강 문턱에서 매번 고개를 떨궜던 스페인은 이번 우승으로 과거의 망령을 말끔히 떨쳐 버린 셈. 유명무실의 우승후보가 아닌 진정한 ‘무적(無敵)함대’로 재탄생한 것이었다.
유럽의 최강자로 떠오른 스페인은 오는 2009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컵에 참가한다.
반면 독일은 부상에도 출전을 감행한 발락의 선전과 옌스 레만의 선방으로 스페인의 막강 화력에 맞섰지만, 스피드와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내며 아쉽게 한 점차로 분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메이저대회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던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까지 오르며 토너먼트 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화려한 기술 축구로 중무장한 스페인이 44년의 기다림 끝에 유로2008 우승의 한을 풀었다.
경기초반 치열한 중원싸움을 벌이던 두 팀 중 먼저 좋은 득점 기회를 잡은 쪽은 스페인이었다. 전반 22분 날카로운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문전 앞에 있던 토레스가 헤딩슛으로 연결, 왼쪽 골포스트를 맞추며 아쉽게 선취골에 실패했다.
환상의 미드필드진을 앞세워 짧은 패스로 독일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던 스페인은 전반 32분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갔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절묘한 스루 패스를 쇄도하던 토레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독일의 레만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슈팅으로 상대 골네트를 가른 것.
전반을 1-0으로 마친 스페인은 후반에도 더욱 공격적인 전술로 독일을 몰아 부쳤다. 포백라인의 물샐 틈 없는 수비를 바탕으로 이니에스타의 안정된 공수 조율과 세르히오 라모스의 저돌적인 오버래핑을 앞세워 다소 공격 템포가 느린 독일을 압박했다.
지칠 줄 모르는 공격을 퍼붓던 스페인은 후반 17분 파브레가스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를, 3분 뒤 다비드 실바 대신 곤잘레스 산티아고 카소를라를 교체투입하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강화했다.
계속해서 독일의 측면을 뒤흔들며 파상공세를 펼치던 스페인은 후반 37분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교체 투입된 구입된 구이사가 욕심내지 않고 문전 연결한 볼이 쇄도하던 세나의 발에 닫지 않아 아쉽게 추가골에 실패했다.
상승세가 꺾이지 않던 스페인은 이후 수비의 조직력이 흐트러진 독일에 위협적인 맹공을 퍼부었고, 이렇다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하던 독일의 반격없이 경기를 마무리해 44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