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크게 보면 단체종목과 개인종목, 신체접촉이 있는 종목과 없는 종목으로 나눌 수 있다. 다툼이 많이 발생하는 종목은 단체 종목 중 신체접촉이 많은 종목이다.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유로2008은 뛰어난 기량과 각국의 뜨거운 응원 속에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격렬한 몸싸움 속에서도 큰 불상사 없이 대회가 치러지는 걸 보면 역시 수준 높고 깨끗한 매너를 보여주는 대회로 보는 사람들을 즐겁다.
준결승에서 탈락한 터키의 독일 전 패배는 아쉬움 속에서도 아름다워 보였고, 히딩크가 있기에 응원한 러시아는 선전했으나 역부족으로 스페인에 패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보기엔 히딩크 매직이 대단해 보였다.
유로2008의 기술적인 축구가 매력을 물씬 풍겨준 날 TV스포츠 뉴스에 나온 대한탁구협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다른 종목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사라예보 우승 감독이었던 현 회장과 반대파의 몸싸움을 보면서 많은걸 생각했다. 특히 반대파인 유남규 전 남자 국가대표 감독이 회의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혹시 우리나라가 중국 등에 저렇게 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탁구는 배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과 함께 신체접촉이 없는 종목이기에 몸싸움 장면의 충격은 더 컸다. 탁구계가 하루 빨리 아름다운 기술의 싸움으로 되돌아가 베이징에서 중국을 꺾는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류가 존재 하는 한 몸싸움도 존재 할 수밖에 없다. 광화문에서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의 몸싸움, 야구장에서 가끔 빈볼시비로 일어나는 벤치클리어링 속의 몸싸움, 국회에서 볼 수 있는 의원들의 몸싸움 등….
그러나 스포츠계 만이라도 페어플레이 정신 속에 납득할 수 있는 몸싸움을 해야 한다. 유도, 레슬링, 권투처럼 고도의 기술 속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몸싸움이 예술적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처럼 스포츠맨의 몸싸움이 경기장 밖일 때 주는 이미지는 비이성적인 폭력으로 비쳐진다.
국민들에게 정치인들이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면 좋으련만 팀 스포츠를 한 경력이 거의 없는 정치인들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앞으로도 무리다. 따라서 스포츠를 통한 아름다운 몸싸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정부차원에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페어플레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모델 중의 하나는 스포츠 아닐까.
야구해설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오랜 선수 생활을 거치면서 프로야구 감독,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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