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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부지원으로 경제회생 힘들다”

입력 | 2008-07-01 02:58:00

북한연구학회가 30일 ‘동북아 각국의 북한학계가 보는 북한’이라는 주제로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2008년 하계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김철 중국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비서장(오른쪽)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동북아 북한학계가 보는 북한 - 북한연구학회 주최 국제학술회의

대외의존성만 심화… 경제구조 왜곡시켜

물자배분 싸고 되레 사회불안정 부를수도

“원조겨냥 핵카드 쉽게 포기 않을것” 주장에

“지원받기 위해 핵개발한것 아니다” 반론도

《한국 등 국제사회가 도와주면 북한은 스스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가. 북한 당국이 개혁과 개방 정책을 확대하면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대북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전망은 대체로 ‘예’였다. 하지만 북한 경제의 실상을 알면 ‘아니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한 보수적 시각의 경제학자가 주장했다. 이석(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0일 “북한 당국이 외부의 지원을 받아 경제를 회생시킬 가능성은 낮고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으며 시장화와 무역 확대로 정치 경제적 불안정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북한연구학회(회장 유호열)가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동북아 각국의 북한학계가 보는 북한’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2008년 하계 국제 학술회의에서 ‘2000년대 북한 경제의 특징과 설명 가설’을 발표했다. 이 학술회의는 동아일보와 통일부가 후원했다.》

▽북한 경제의 실상에 대한 두 가설=이 연구위원은 2000년대 북한 경제를 ‘대외 의존적 소비경제’와 ‘계획과 시장의 이중경제’라는 두 가지 가설로 설명했다.

북한 경제는 2006년 이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정도로 경제성장이 정체 또는 후퇴된 가운데 대외무역만이 활성화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2006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36%에 이른다.

1990년대 경제위기로 생산기반이 파괴된 가운데 수입이 늘어나자 생산이 아니라 소비만 크게 늘었다. 인민들의 소비는 계획경제 영역이 아니라 주로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경제의 이중성이 심각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 어렵다=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외부 원조에 기대게 된다. 이 연구위원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핵 문제라는 정치적 카드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과 같은 주변국들로 하여금 경제적 지원을 수행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끔 만드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며 “북한에 핵 포기는 ‘지원’이 아닌 ‘거래’의 대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핵 문제가 앞으로 지속적인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여전히 북한의 정치적 카드로 남아 있거나 아니면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또 다른 정치적 카드를 개발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국면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지원과 시장화의 정치경제=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북한 경제에는 외부의 경제적 도움이 북한 내부의 경제적 회생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없다고 본다. 국가가 장악하고 있는 계획경제의 중요 부분이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의 물자가 주입되면 생산을 자극해 경제가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적 배분을 둘러싼 지대추구(rent-seeking·개인이나 집단의 자기 몫 챙기기)를 강화해 경제의 대외의존성을 심화시키고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무역 확대와 시장화의 진전이 가져올 미래도 부정적으로 봤다. 대외 지원물품이나 수입품을 국내의 계획부분에 배분하는 과정과 이를 시장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부패와 경제의 달러화(달러 사용의 확대)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계획 당국은 정치적 폭력을 동원한 시장 억압과 숙청을 단행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치 경제적 불안정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란과 반론=이런 주장에 대해 다양한 반론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002년 미국에 의해 시작된 제2차 핵 위기로 북한도 상당한 정치 경제적 비용을 치렀다”며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해 핵 위기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최근 북한에서는 국영 유통망에서도 시장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공식 부분에서도 계획과 시장이 섞여 있다”며 “계획과 시장을 대립된 것으로만 보는 시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무역과 성장 추이 등에 대한 국내외 자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라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