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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임자’ 만난 보이스 피싱 사기

입력 | 2008-07-01 02:58:00


충북 음성경찰서 지능팀 김태성(33) 경장은 5월 13일 오전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상대 남성은 “대검찰청인데 최근 붙잡은 국제마약밀매단에서 당신의 통장이 나왔다”며 통장을 잃어버린 적이 있느냐고 다그쳤다.

김 경장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통장 2개를 분실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대답했다. 이 남성은 “잠시 후 경찰청에서 전화가 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몇 분 뒤 경찰청 직원이라는 사람이 “당신의 계좌가 노출됐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다시 전화가 올 것이다”고 말한 뒤 끊었다.

곧이어 금감위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통장이 몇 개냐. 얼마나 입금돼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분실한 통장의 돈을 여기로 입금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경장은 “800만 원을 입금했다”고 안심시킨 뒤 이들이 일러준 계좌번호를 경찰전산망에 부정계좌로 등록했다.

지난달 27일 충남 천안시 대흥동 모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이 계좌의 돈을 찾으려던 중국인 조모(36·주거 부정) 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인 전화사기단의 국내 인출책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당시 현금 150만 원과 직불카드 20장을 갖고 있던 점으로 미루어 범행을 더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음성=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