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만 되면 손님 발길 뚝… 소음에 학원도 몸살
시위중단 서명운동-정부에도 피해보전 요구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저녁 무렵이면 손님이 뚝 끊겨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들이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로 진출하려는 시위대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매일 밤 경찰과 대치하는 바람에 극심한 영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음식점 주인 등은 시위대를 상대로 ‘생존권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홍모 씨 등 일부 상인은 지난달 20일부터 주변 상가를 대상으로 시위 중단 촉구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운동을 처음 제안한 홍 씨는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열흘 만에 16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홍 씨는 “시위대의 주장이 설사 정당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서명을 통해 모아진 상인들의 뜻을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에 정식으로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씨 등은 이번 주말까지 서명을 계속 받는 한편 불법 시위를 방치해 피해를 키운 정부 측에도 세금 감면 등 피해 보전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홍 씨는 “국민대책회의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인들의 반발은 촛불집회가 차도를 점거하는 불법 시위로 변질된 5월 하순 이후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 6시 이후에는 택시들도 광화문과 태평로 부근으로 가는 손님은 태우지 않고 있어 유동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다.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있은 직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반경 청계광장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는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식당 매니저는 “저녁 매출은 거의 전멸이다. 차라리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싶은데 또 가맹점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고 그냥 앉아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부근의 N 한정식집 관계자도 “저녁 시간대 매출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큰 시위가 있을 거라는 뉴스라도 나오는 날에는 그나마 들어왔던 예약조차 취소되기 일쑤”라며 “밤마다 차도 못 다니는 동네에서 누가 약속을 잡겠느냐”고 말했다.
시위로 인한 소음도 주변 상인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00여 m 떨어진 E 중국어학원은 시위대가 사용하는 방송차량 소음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는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려워 수강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학원 관계자는 “112에 몇 차례 신고도 했지만, 집회 현장의 분위기상 출동한 경찰관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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