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 생산증가율 한자릿수대 추락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지면서 한국 제조업체들이 체감하는 채산성 수준이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5월 중 제조업, 전기 가스업, 광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증가율이 5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제조업체의 불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내놓은 ‘6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6월 채산성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5월의 76보다 8포인트 떨어져 1998년 3분기(7∼9월)의 53 이후 가장 낮았다. 채산성 BSI가 100 미만이면 채산성이 나빠졌다는 기업이 좋아졌다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을 넘으면 그 반대다.
7월의 전망을 반영하는 채산성 전망 BSI도 6월 전망치보다 7포인트 내린 70으로, 1998년 4분기(10∼12월)의 59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체들이 현재 경기를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는 업황 BSI도 6월에 77로 나타나 5월의 85보다 8포인트 급락했다. 6월의 업황 BSI는 2006년 8월(72)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별 업황 BSI는 대기업이 5월 100에서 6월에 87로, 수출기업은 95에서 82로 각각 13포인트 떨어져 같은 기간 6포인트씩 떨어진 중소기업, 내수기업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의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11월(7.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12월(9.6%) 이후 5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통계청 당국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광공업 생산이 부진한 것은 5월 조업일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일 줄었고 경기에 민감한 기계장비와 섬유제품 등의 생산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5월 경기 선행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증가해 4월 증가율(2.8%)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경기 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한국 경제가 경기하강의 초기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