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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시장 ‘꽁꽁’

입력 | 2008-07-01 02:58:00


고유가 탓 1∼5월 판매량 8.4% ↓

“제너럴모터스(GM)가 가는 길을 보면 미국이 보인다.”

미국인들은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그만큼 GM은 미국의 자존심이었다.

그런 GM의 27일 주가는 11.55달러. 34년 만의 최저치였다. 여기에는 과다한 노동비용과 낮은 생산성 등 GM 특유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올해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GM에 대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 연비 낮은 SUV-픽업트럭 재고 쌓여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는 모두 622만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감소했다.

GM(―15.8%), 포드(―11.0%), 크라이슬러(―19.3%) 등 ‘빅3’는 물론 그동안 잘나가던 도요타도 같은 기간 미국 시장 판매대수가 지난해보다 3.5%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판매대수가 늘어난 회사는 혼다(4.8%), 기아자동차(1.0%) 등 몇 개사에 불과했다.

6월 미국 자동차 시장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정보 전문사이트인 에드먼드닷컴은 6월 판매대수가 지난해 6월보다 13% 하락한 126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올해 들어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고유가의 영향이 크다.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료 소비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은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

반면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소형승용차 등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자동차의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SUV나 픽업트럭 판매 감소를 만회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소형차는 SUV나 픽업트럭에 비해 이익이 많이 나지 않아 SUV와 픽업트럭 판매 감소는 자동차 회사의 채산성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 ‘6년 무이자 할부 판매’ 극약 처방도

“24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합니다.”

요즘 미국 TV에선 무이자 할부 판매를 강조하는 자동차 광고가 유달리 많이 등장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 무이자 할부 판매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2006년 여름 이후 무이자 할부 판매와 같은 대규모 할인 판매를 자제해 왔다. 할인 판매가 자동차 판매 이익을 줄어들게 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자동차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서 무이자 할부 판매를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GM은 최근 일부 픽업트럭에 대해선 최장 6년까지 무이자 할부 판매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차량에 따라 원래 판매가격에서 최대 7000달러를 깎아주기로 했다. GM이 할인 판매를 들고 나오면서 조만간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도 유사한 할인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에 ‘잔인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