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에게 박인비의 성격을 물으면 다들 “차분하다”고 말한다.
“늘 조용하고 감정의 기복이 적은 편”이라는 게 어머니 김성자 씨의 얘기이고 그와 친한 동갑내기 동료 프로인 오지영은 “잘 치거나 못 치거나 늘 똑같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박인비는 생애 첫 우승을 다투던 숨 막히던 최종 라운드 때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최고 시속 32km가 넘는 강풍 속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던 그였지만 우승 소감을 말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며 “너무 특별한 날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올 시즌 그는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맞고도 최종 라운드 때 오버파 스코어로 무너져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출전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나흘 내내 언더파 스코어를 쳤다.
“그동안 무척 속상했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오늘은 달랐다.”
최종 라운드 때 3퍼트가 하나도 없이 홀당 퍼트 수를 1.44개로 막은 그는 퍼트를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린과 핀 포지션이 어려웠지만 퍼트 라인을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 읽으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을 가르친 백종석 프로가 대회 장소에 찾아와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주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박인비는 미국에 유학을 온 2001년부터 줄곧 객지에서 자신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어머니와 최근 약속 한 가지를 했다. US여자오픈에서 5등 안에 들면 12일 생일을 맞아 1주일 동안 한국을 찾기로 한 것.
“만나고 싶은 친구들 만나고 먹고 싶은 거 실컷 먹고 싶어요.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배우 조인성을 좋아하고 미국 투어 생활 동안 인터넷으로 국내 드라마를 내려받아 보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박인비는 어느덧 금의환향의 꿈에 들떠 있었다.
에디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