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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44년만에 돌아오다…스페인,독일 꺾고 우승

입력 | 2008-07-01 02:58:00

정복자의 함성“우리가 해냈다.” 스페인의 주장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유로 2008에서 독일을 꺾고 44년 만에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미안해,전차군단”스페인의 세스크 파브레가스(오른쪽)가 우승컵을 놓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슬퍼하고 있는 독일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고 있다. 빈=로이터 연합뉴스


날카로운 패스 앞세워 전차군단 내내 압도

전경기 무패… 4골 비야 득점왕 - 사비 MVP

“마침내 스페인 축구가 어두운 시대를 끝냈다.”

“스페인이 유럽을 정복하고 새 시대를 열었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08 결승전이 끝난 뒤 스페인은 환호했다. 많은 신문이 평소 부수의 두 배를 발행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에서만 60만 명의 길거리 응원단이 탄식했다. 유럽을 뜨겁게 달구었던 유로 2008의 우승트로피는 스페인의 품에 안겼다.

이번 대회에서 성공률 80%의 정교한 패스와 화려한 골 결정력으로 ‘예술 축구’를 구현한다는 평을 받아온 스페인이 30일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힘과 조직력의 독일을 1-0으로 이겼다. 월드컵과 유로 대회 등에서 번번이 8강 문턱에서 좌절했던 스페인은 1964년 홈에서 열린 대회 이후 44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스페인은 아직 월드컵 우승은 못했다.

전반 33분 스페인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가 독일 수비수 사이로 날카롭게 찔러 주는 패스를 하자 스페인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와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 사이에 공을 먼저 잡으려는 스피드 경쟁이 일어났다. 토레스는 전력 질주로 람을 제친 뒤 넘어지면서 달려드는 독일 골키퍼 위로 살짝 공을 띄워 결승골을 뽑아냈다. 스피드의 승리였다. 사비는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소속인 토레스는 지난 시즌 24골로 리그 득점 3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전 이전까지 1골을 기록하며 팀 동료 다비드 비야(4골)의 활약에 가렸다. 득점왕 비야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원 톱을 맡은 그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뒤 “내 꿈이 이루어졌다”고 환호했다.

스페인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우리는 모든 팬이 바라는 스타일의 축구를 했다. 이제 스페인 축구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