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앨범 판매 1위는 김동률의 5집 ‘모놀로그’.
앨범판매 집계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이 앨범은 30일 현재 9만2000여 장이 팔렸다.
10년 전 1위가 통상 100만 장이었던 데 비하면 10분의 1로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가요 시장이 초라해졌다고 해도 발매되는 앨범 수마저 급감한 건 아니다.
시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앨범 한 장에 자신의 음악 세계를 담아내는 뮤지션들이 있다.
상반기에 나온 앨범 중 음악성에 비해 저평가된 앨범이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앨범 등 ‘묻혀 버린 걸작’을 음악관계자 12명의 설문을 통해 알아봤다.》
설문 결과 강산에의 8집 ‘물수건’(3표)과 정재형의 3집 ‘포 재클린’(2표)이 ‘저평가된 가요’로 선정됐다. 강산에의 ‘물수건’은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뼈있는 주제를 노래한 ‘답’ ‘이구아나’ 등이 수록된 앨범이다.
김영대 씨는 이 앨범에 대해 “강산에를 규정짓던 ‘삐따기’의 면모를 던져 버리고 착해진 것 같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고 자유롭다”며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는 태도를 넘어 음악 그 자체와 기분 좋게 마주하고 있는 강산에를 느낀다”고 평했다.
일렉트로닉 팝을 세련되게 구사한 정재형의 앨범에 대해서도 추천사가 이어졌다. EBS ‘한영애의 문화 한페이지’의 방성영 음악감독과 성시권 씨는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토이와 김동률에게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며 “일렉트로니카와 프랑스 샹송의 느낌을 살린 노래들이 대중가요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치켜세웠다.
음악평론가들은 ‘묻혀 버린 걸작’ 중 하나로 윈터플레이, 그린티, 강허달림의 데뷔 앨범도 꼽았다. 윈터플레이의 첫 앨범은 “가장 대중적이고 한국적인 팝재즈 밴드의 등장”(조설화 씨), 여성 블루스 가수 강허달림은 “지난해 웅산에 이어 올해도 멋진 보컬리스트가 나타났다”(최지호 씨)는 평을 들었다.
결성 5년 만에 1집을 발표한 재즈 혼성 보컬그룹 ‘그린티’에 대해서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명반인데도 사장됐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배순탁 씨는 “이 앨범의 첫 싱글 ‘미미는 외로워’는 가요 문법으로 소화한 ‘애시드 재즈’의 모범을 구현했다”며 “이렇게 친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마저 조명 받지 못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실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평론가들의 답변 중에는 아직 낯설지만 오래전부터 다양한 음악 실험을 거듭해 온 뮤지션들의 수작도 포함됐다. 인디그룹 ‘눈뜨고 코베인’의 2집 ‘테일스(Tales)’는 “살기(殺氣)를 제외한 재기, 생기, 비틀기 등 세상의 모든 기가 담겼다”(한경석 씨)는 평가. 이 밖에 정통 브라스 스카밴드인 ‘킹스턴 루디스카’의 2집 ‘스카픽션’(특유의 해학과 여유를 담은 한국적 스카의 탄생·성기완 씨), ‘어어부 프로젝트’ 출신인 백현진의 새 앨범 ‘반성의 시간’(처연한 슬픔을 소박하게 풀어냈다·성우진 씨) 등이 뒤를 이었다.
인지도에 비해 음악성에서 주목받지 못한 가수들도 있었다. 아이돌 그룹 클릭비 출신으로 솔로 2집을 발표한 에반은 “편견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과하지 않은 음악적 깊이에 대중친화적인 멜로디를 결합해 한국형 솔의 적정선을 보여 줬다”(김봉환 씨)는 평을 들었다. 드라마 ‘궁’의 주제가를 부른 하울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대해 이대화 씨는 “1980, 90년대로 돌아가 추억의 가요 문법을 되살렸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설문에 응해 주신 분
김봉환 벅스뮤직 콘텐츠팀, 남태정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PD, 방성영 EBS ‘한영애의 문화 한페이지’ 음악감독, 배순탁 성기완 성시권 성우진(이상 음악평론가), 이대화 웹진 이즘 편집장, 조설화 백암아트홀 공연기획 담당, 김영대 최지호(이상 웹진 음악취향 Y 칼럼니스트), 한경석 핫트랙스 매거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