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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촛불시위 주도…종교계 보혁갈등

입력 | 2008-07-01 18:49:00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지난달 30일 미사를 마친 뒤 을지 로를 거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의 성직자들은 쇠고기 시위에 나선 진보 종교단체를 비판하고 나서 종교계 내부의 보혁 갈등 조짐도 엿보인다.

지난달 30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의 대규모 시국 미사를 시작으로 진보 성향의 기독교와 불교 단체들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잇따라 대규모 종교 행사를 열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는 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불교환경연대 등도 4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시국 법회를 열기로 했다.

경찰은 최근 정부의 강경한 시위 대응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 간부들에 대한 검거가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지난달 말부터 집회가 폭력 시위로 변질되자 경찰은 시위대의 불법 행위에 물대포와 진압봉 등을 이용한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집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경찰의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진보 성향의 종교단체들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교 단체들의 종교행사는 집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현실적으로 경찰의 원천봉쇄가 불가능하다.

행사 뒤 이어지는 도로 점거 및 거리 행진도 불법이지만 주최 측이 종교계란 특수성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사제단의 시국 미사가 시작되면서 폭력시위로 끝을 맺던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경찰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

경찰 관계자는 "종교 행사에 참여한 뒤 거리 행진을 펼치는 사람들을 시위대처럼 대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선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하는 행사만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서 보수 성향의 종교단체들도 "급속히 위축되던 폭력시위가 되살아날 수 있다"며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결성된 '대통령을 위한 기도 시민연대(PUP)'는 2일부터 6일까지를 대통령을 위한 특별 금식기간으로 정한데 이어 19일 오후 3시에는 서울역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정기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 대각사 주지인 장산스님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좌우로 나뉘어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에 종교인들까지 나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개신교 목사도 "시국 미사에 나가보니 사제단이 그간 폭력적이었던 시위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시위대의 폭력성에 멍석을 깔아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을 맡았던 지선 스님은 "종교인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진 않지만 촛불집회의 원인 제공자는 정부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