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단체들은 시위를 자제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당시 회견장에서 일부 기자가 “경제가 어려운 게 시위 때문이냐”고 하자 중소기업인들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가 뛰고 있는데,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제 기능 못하는 정치권 등으로 정말 상황이 어려워져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달 30일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14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단체들도 “연일 이어지는 시위로 영세 상인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반(反)정부 시위 중단과 정부의 법치(法治) 회복을 호소했습니다. 그들은 절박한 목소리로 “이러다간 다 죽는다”, “우리가 촛불 들고 시위해도 모자란다”고까지 했습니다.
하루 뒤인 이달 1일에는 26개 소상공인 단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가 “시위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이라고 다시 한 번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중소기업인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잇달아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이례적입니다. 무엇이 이들에게 이렇게 절박한 호소를 하게 했을까요.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처음 촛불이 켜졌을 때만 해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발적 움직임의 성격이 적지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미국산 쇠고기 위험성을 극도로 과장, 왜곡한 일부 좌파 방송과 군소신문의 선동적 보도에 따른 공포감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순수해 보였던’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노골적인 반정부 시위로 변질됐습니다. 현재 시위대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시위 양상은 과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연이은 시위와 그로 인한 사회불안, 고유가 등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손놓은 정치권 등 여러 불안요인이 겹치면서 경기는 죽어갔고, 중소기업인들과 자영업자들이 그 피해를 가장 먼저 보았습니다.
중소기업은 수효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기업의 99%,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88%를 차지합니다. 정부 타도를 외치는 불법 시위 때문에 조그만 공장에 근무하는 이웃집 아저씨,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아주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셈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시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우신 기자 산업부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