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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준상]교육감 잘 뽑아야 학교가 산다

입력 | 2008-07-02 02:57:00


지난달 충남도교육감 선거에 이어 이달 23일과 30일 전북도교육감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잇따라 치러진다. 또 올해 12월에는 대전에서, 내년 4월에는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예정돼 있다. 교육감은 학교의 설립 이전 존폐, 예산 편성과 집행, 지방교육공무원의 인사, 교육과정 등 초중고교 교육에 관한 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10만 명의 교직원 인사권과 6조1000억 원의 예산을, 부산시교육감은 2만4000여 명의 교직원 인사권과 2조4000억 원대의 예산을 주무르기에 이들 교육감을 해당 시도의 초중등교육의 ‘교육 대통령’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교육감은 아무나 앉혀도 되는 자리는 아니기에 제대로 된 인사를 뽑아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의 성패가 사실상 교육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뽑자는 것이 바로 직선제 도입 취지인데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냉담하기만 하다. 홍보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운영위원이 뽑는 종전의 간접선거가 잘못돼 있었거나 파벌싸움과 금품수수 같은 구태의연한 일 때문에 파생된 냉랭함만은 아니다. 후보자들의 면면이 아파트 반장 후보보다도 시민들에게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무관심이다.

이번 선거도 낮은 투표율을 보일 것 같다. 지난해 2월 처음 치른 부산시교육감 직선에서도 투표율은 15.3%였고 지난달 치러진 충남도교육감 선거 투표율도 17.2%에 불과했다. 전북도교육감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두 선거는 평일인데다 휴가철이어서 더 그렇다.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고 해서 없던 관심이 별안간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선출되는 교육감 임기는 짧기만 하다. 임기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와 시도지사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2010년 6월까지다. 그러니까 1년 10개월의 임기도 남지 않은 교육감을 뽑기 위해 300억 원가량의 혈세를 선거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 드는 돈은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낭비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여하튼 서울의 경우 예비후보 난립, 교육정책 혼조, 조직과 돈 대결 과열 조짐, 대표성 논란 등등 모두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감 후보들에게 한국교육개혁의 뼈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지적은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각 후보가 내놓은 교육개혁안이 모두 시금털털하다는 것이다. 후보들이 한국교육에 거는 기대는 그야말로 비전이 거세되고, 관점이 삭제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가 거창한 교육론을 내세웠지만 분석해 들어가면 과거교육의 가능성이나 들먹이며, 미래교육의 사실을 나열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가능성이나 미래의 사실들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데도 이들은 학교현장에서 그것들을 들먹이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식상하다는 것이다.

각 후보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지만 여러 이유로 미덥지 않다는 시민들의 냉담함을 단칼에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에서는 주민 직선제 대신 아예 간접선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 교육감을 굳이 따로 뽑을 필요 없이 2010년 7월 동시선거에서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지명하는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대안들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만 가능하다.

교육자치의 성패는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교육감 직선은 내 자녀, 손자가 어떤 교육을 받고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투표이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 백년대계는 바로 우리 손에 달린 셈이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