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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떼 이제 그만”…‘우리’에 갇힌 KBO

입력 | 2008-07-02 08:21:00


가히 ‘불량구단’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현장의 코치, 선수들은 ‘헐벗고’ 있는데 구단 고위층은 호사를 누리다 자금난에 봉착하자 ‘벼랑 끝 전술’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우리 히어로즈와 그 배후 센테니얼은 6월 말까지 납부하기로 한 창단가입금 분할납부를 지연시키며 프로야구 판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 ‘우리 요구를 거부하면 8구단 체제가 깨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에 다름 아니다. 이에 는 1일 조건부 분할납부와 납기일 연장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구한 히어로즈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 야구계의 의견을 구했다. 또 빚을 받는 입장인데도 ‘대마불사’의 배짱으로 일관하는 히어로즈에게 끌려 다니는 KBO의 현실에 대해서도 반응을 구했다.

○“히어로즈 프런트=억지”

히어로즈와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상충하는 LG와 두산, 롯데 그리고 KIA가 가장 직설적이고 신랄했다. LG와 두산은 히어로즈의 공짜 서울 입성을 결사적으로 반대했고, LG와 롯데, KIA는 히어로즈의 신인 2차지명 1순위 요구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예고돼 있다. LG 김연중 단장은 “그래도 야구계가 대한민국 젠틀맨이 모인 곳인데 아수라장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히어로즈가 (요구 조건을 안 들어주면 약속된 합의까지 파기하는) 배수진을 치는 것인가? 이런 식이면 KBO 이사회에서 퇴출을 의결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강경한 시각을 내비쳤다. LG 김재박 감독 역시 2차지명 1순위 요구에 대해 “2차지명은 현대가 못한 거지”라고 잘랐다. 현대 계승을 스스로 거부한 히어로즈가현대의 후계자인 척하는 작태를 꼬집은 것이다.

프로야구 현장의 두 원로인 SK 김성근 감독과 한화 김인식 감독도 히어로즈의 요구를 ‘생떼’로 규정했다. 김인식 감독은 “낼 것은 빨리 내라”고 충고했고, 김성근 감독도 “조건을 붙이면 신사답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인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과 한화 윤종화 단장, 삼성 김재하 단장 정도가 유보 혹은 온정적 시각을 내비쳤을 뿐,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대세였다.

○“KBO=특혜”

야구계는 히어로즈의 벼랑 끝 전술 못지않게 KBO의 특혜 사례를 문제 삼았다. 돈을 떼일 판인데도 감싸기로 일관하다 히어로즈의 시혜만 바라보는 처지를 자초한 KBO는 희대의 희극적 비극을 연출하고 말았다. 신상우 KBO 총재가 어떻게든 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꼴이다. 채권자가 채무자에 끌려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의 태생적 원인이다. 두산과 롯데, KIA가 ‘히어로즈보다 KBO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겨냥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심지어 상당수 선수들조차 이런 현실을 꿰뚫고 있었다.

○히어로즈 현장인력=유구무언

정작 파문의 진원지인 히어로즈도 현장은 말을 아낄 뿐이다. 이광환 감독은 “신인 2차 1순위 지명은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단장한테 그렇게 들었다. 갑갑하다”라고 말했다. 송지만 역시 “할 말이 없다”라고 언급, 히어로즈의 창단 가입금 납부 유보에 대해 난감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익명을 전제로 한 선수들 반응은 싸늘하다. “KBO가 센테니얼에 끌려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 “어쩌면 첫 단추부터 잘 못 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접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또 어떤 조건을 들고 나올지 어떻게 아느냐”란 토로가 이어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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