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ep 보고서…“학부생 연구개발 참여 확대해야”
한국 고등교육 정책에서 인력 양성과 연구 활동을 연계한 제도가 부족하다며 둘을 융합하는 시도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새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1일 발표한 ‘고등교육과 R&D 연계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 주무 부처에 따라 인위적으로 분리된 인적자원개발(HRD)과 연구개발(R&D) 정책을 연계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HRD 정책이란 교육과정 개설, 교육 인프라 개선, 장학금 지급 등으로 정의된다. R&D 정책은 연구자금 보조, 연구기자재 공급, 현장 실습 지원을 주내용으로 한다. HRD와 R&D의 연계란 연구개발을 하며 인재를 양성하는 활동을 통칭하는 것이 된다.
보고서는 2005년 기준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액 가운데 57.9%를 HRD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23.1%는 R&D에 배분됐다.
그러나 HRD와 R&D 연계에는 19.0%만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을 개발하면서 사람까지 기르는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기울인 셈이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부처 내 간판 연구진흥사업이었던 ‘두뇌한국(BK)21’에서 HRD 관련 지원액을 70%까지 높였다. 지원액 대부분이 HRD에 몰리면서 고급 인력 육성과 연구개발 진흥이 따로 진행됐다는 얘기다.
같은 해 과학기술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와는 반대로 R&D 부문에 대한 쏠림 현상이 극심했다. 전체 지원액 가운데 97.6%가 R&D에 집중됐다. HRD와 R&D 연계 부문에 대한 지원은 2.4%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각각 HRD와 R&D 양 극단에 집중하는 사이 교육과 연구를 연계하고 융합하는 사업은 소외된 셈이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자연스럽게 고급인력까지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생이 연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포스텍, KAIST, 서울대 등이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사실상 학부생이 연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힘들다.
보고서는 “미국과학재단(NSF)에서는 화학전공 학부 1~2학년생들이 연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정책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아일랜드 과학재단(SFI)에서도 여름학기 중 10~12주간 세계적 과학자들과 협력해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학부생들에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영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학부생들이 연구활동에 참여하며 고급 인력으로 커 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한국은 역사적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공공연구개발체제가 확립됐다”며 “출연연과 대학이 R&D 사업 내에서 신규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