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서는 ‘바람둥이’ 유태웅
“TV에서보다 실물이 훨씬 멋지세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태웅(36).
카페 직원이 유 씨에게 시선을 꽂은 채 위태롭게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유태웅은 이름보다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다.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던 사람들도 사진을 보면 대개 “아… 이 사람”하며 알아본다. 하지만 그 기억은 대개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다.
“아침 드라마에서 바람둥이 의사로 나온 남자 아냐?”
유 씨 탓은 아니다. 그는 1994년 MBC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역할을 가려 받은 적이 없다. 멀끔하고 귀티 나는 외모와 늘씬하게 잘 다져진 체격 덕에 “의사란 의사는 모두 유태웅 차지”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뺀질뺀질한 바람둥이 남자’에 대한 선입견은 깨졌다. 유 씨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을 질문을 시종일관 털털하게 받아넘겼다.
“저에게 뺀질뺀질하고 못돼먹은 면이 영 없다고 보지는 않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유해진 거죠. 하지만 함께 일해 본 연출가 분들은 거의 모두 ‘야 내가 너 잘못 봤구나’ 하시더라고요.”
네 편의 아침드라마가 그에 대한 대중의 인상을 그리 좋지 못하게 각인시켰지만 그도 한때는 “청춘스타 유망주”였다. 중앙대 연극학과 재학 시절 줄곧 주연을 꿰찼고 1996년 MBC 드라마 ‘아이싱’ 등에서 비중 있는 조역을 맡았다.
“한참 올라가다가 다 올라가지 못했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더 올라갔을 거라 생각하면 제 능력과 그릇이 미치지 못하는 빈자리를 어떻게 메웠을까 두려워져요. 지금 제 빈 곳을 차근차근 채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지 못한 이미지? 신경 안 씁니다.”
요즘 그는 11일부터 공연할 연극 ‘여보, 고마워’(연출 위성신) 연습에 한창이다. 이 연극에선 직장을 잃고 전업주부 역할을 하다가 위암에 걸리는 남편을 연기한다. 결혼 5년차 남편의 경험을 녹여내려 애쓰고 있다.
아홉 살 연하의 부인은 지난달 30일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산독이 풀리면 꼭 객석에 초대해 보여줄 거예요. 대본도 안 보여주고 연습 때 얘기도 별로 안 해 줬어요. 무대 위에서 고마운 마음 전하고, 한번 울려보려고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