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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적이다”, KBS MBC 등 방송태도 논란

입력 | 2008-07-03 14:24:00


KBS MBC 등 공영 방송들이 최근 촛불 시위 정국을 보도하면서 정부와 경찰을 '적'(敵)으로 규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가 마찰을 빚는 장면을 내보낼 때 "경찰이 물 대포와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위대의 불법 행위는 외면하고 그들의 주장을 정제하지 않은 채 방영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방송 민영화와 부적격 사장 논란 속에서 정부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개인이나 자사(自社)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MBC는 최근 방송한 PD수첩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다루면서 최근의 촛불 시위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에 비유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촛불 시위 과정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시위대 속 활동상을 다루면서 촛불 시위가 6월 항쟁의 연장선이라는 식으로 조명했다.

6월 항쟁과 촛불시위가 오버랩 되는 과정에서 고(故) 이한열 군이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으며, PD수첩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미모의 아나운서를 출연시켜 잘 정리된 도표와 함께 '전투경찰에 연행당할 경우 대처법'에 대해 안내를 하기도 했다.

이 아나운서는 "경찰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거나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므로 이 경우 연행에 불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BS '시사기획 쌈'도 촛불 시위를 다루면서 1987년 민주화운동 관련 장면을 장시간 노출해 마치 촛불시위가 독재치하 당시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PD들이 의도적으로 제작한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은연중에 정부와 경찰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방송들은 9시 뉴스 등에서 촛불 시위와 관련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으며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시민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이 분말 소화기를 뿌리자…"는 투로 보도해 마치 얌전히 정해진 장소에서 합법 집회를 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다가서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투로 보도하고 있다.

방송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자사 이기주의와 해당 방송사 사장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가.

해당 방송사 게시판에서는 프로그램 내용을 비난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내 글을 지우지 마라"라는 글을 올리고 방송사 측의 게시판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방송 보도를 지켜본 최 모 (55·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지금 촛불 시위 정국을 주도하는 건 알고 보면 방송이 아니냐"며 "9시 뉴스를 보면 앵커와 기자들이 냉정을 잃고 흥분한 상태에서 의도를 갖고 보도하는 것 같아 매우 거북하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