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에는 작년 말부터 ‘작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도록 볼(사발)형 샐러드 그릇을 사용한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 330여 개 매장의 샐러드 그릇을 접시로 바꿨습니다. 접시 3만 개를 새로 사는 데 모두 6000만 원이 들었다고 하네요. 피자헛이 샐러드 접시를 도입한 것은 “볼에 여러 가지 소스를 뿌리면 섞이기 쉽다”는 일부 소비자의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비스킷은 얇고 긴 모양 때문에 봉지를 뜯다 보면 잘 부스러졌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쿠크다스 포장 뒷면에 ‘지퍼 라인’을 그려 넣고 ‘뜯는 법’을 그림으로 설명했습니다.
한국지퍼락의 ‘더블 지퍼백’은 기존 지퍼백의 지퍼를 한 줄 늘려 편하고 단단하게 밀봉하도록 만든 아이디어 제품입니다.
이런 사례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피자나 과자는 ‘맛’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밖에도 소비자들이 친근감을 가질 만한 요소는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제품을 만드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은 그만큼 좋아지는 셈이지요.
가전업계의 노력도 눈물겹습니다.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는 주부들이 주방을 다니면서 잘 부딪히던 봉 모양의 손잡이 대신 문 안쪽에 손잡이를 단 ‘빌트인 도어 핸들’을 채택했습니다. LG전자는 주부들이 허리를 덜 굽히도록 만든 드럼세탁기를 내놓았습니다. 지멘스의 전기오븐은 오븐 내부를 서랍처럼 통째로 꺼낼 수 있어 손을 넣고 요리를 꺼내다가 델 위험을 줄였습니다. 바이온텍 이온수기에는 음성 도우미 기능이 있고요.
획기적인 첨단제품이 아니라면 이제 제품 판매의 승부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를 배려하고 마음을 파고드는 ‘작은 변화’가 승부의 열쇠일 때가 많습니다. 하긴 그것을 파악하는 기업의 눈이 결국은 보이지 않는 기술력일 테지요.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