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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교수 “女과학도 출산-육아 사회적 지원 있어야”

입력 | 2008-07-04 02:58:00

사진 제공 로레알


어린 시절 문학소녀였던 이영숙(53·사진)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가 과학의 길을 걷게 한 것은 한 권의 소설책이었다. 어느 날 그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고 큰 혼란에 빠졌다.

“서로가 상반된 주장을 하는데 둘 다 설득력이 있는 거예요. 그러다 궤변을 늘어놓지 못하는 분야인 과학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전공을 식물로 택한 이 교수가 처음 식물의 물질 수송에 관심을 가졌을 때만 해도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교수가 된 뒤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학계의 관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언젠가 대세가 될 때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카드뮴과 납을 먹어치우는 슈퍼 애기장대는 그녀의 연구를 알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2003년 세계적인 생명공학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도 이 교수의 연구에 주목했다.

땅속의 중금속을 흡수하거나 분해하는 식물 유전자를 발견한 획기적 연구로 기록된다. 최근에는 중금속을 잘 빨아들이는 애기장대 유전자를 포플러 나무에 넣어 땅속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신종 환경 정화 식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 교수는 올해 여성생명과학진흥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 로레알과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과학인에게 매년 주고 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과학기술부와 동아사이언스 등이 주최한 여성과학자상과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을 잇달아 받았다.

이 교수는 누구보다 여성과학인의 적극적인 사회 진출에 관심이 높다. 2004년부터 해마다 1000만 원을 포스텍 대학원 박사 과정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 이 교수는 여성과학인의 진출을 늘리기 위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젊고 유능한 여성과학도들이 중도에 연구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어요. 이들이 계속해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출산과 육아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합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