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관음사찰 봉은사.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일부러 부처의 자리를 버리고 보살이 된 관음보살의 자비가 서울의 밤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듯하다. 사진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1323년 고려의 서구방이 그린 ‘수월관음도’(일본 교토 센오쿠하쿠코칸 소장).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을 찾아가 불교의 도를 구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무 관세음보살….”
자비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을 숭배하는 한국 불교의 대표 신앙인 관음신앙.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관음신앙을 대표하는 전통 사찰 33곳을 관음성지 순례 대상지로 선정했다. 전남 순천 송광사, 경남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충남 예산 수덕사, 전남 구례 화엄사, 강원 양양 낙산사 등 역사와 전통이 깃든 대표 사찰들이다.
○ 템플스테이등 외국인 순례 유도
조계종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이들 33곳의 사찰을 고품격 관음사찰 순례지로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 불교 관음신앙을 재발견해 널리 알리고 외국인들의 순례를 유도해 한국 관음불교 문화를 세계화하겠다는 취지다. 33곳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해 관음불교 수행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관음보살 또는 관세음보살은 자비의 보살이다. 부처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부처의 자리를 버리고 보살이 되어 중생을 구제한다. 관음신앙은 관세음보살을 신봉하는 불교의 신앙을 말한다. 관음사찰은 전통적으로 바닷가에 많다. 양양 낙산사, 인천 강화 보문사, 경남 남해 보리암은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이번 관음성지 순례 대상 선정의 기준은 역사성, 접근성(편의성), 운영가능성 등. 역사성은 전통적인 가람 배치를 지니고 있는지, 관음신앙을 고취하는 문화재(관음보살상, 관음보살도, 관음전 등)를 갖추고 있는지, 전통적으로 한국 불교의 중추 역할을 해왔는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
순례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 수단에서 내려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지, 템플스테이 등을 운용할 만한 시설과 의지가 있는지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과정을 거쳐 관음 관련 문화재가 있는 137개 사찰 가운데 33곳이 최종 선정됐다. 문화사업단장인 종훈 스님은 “이번에 선정한 33곳 관음성지는 가람의 품격과 수행문화 등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가 살아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 내달 일본인 대상 첫 실시
관음성지 사찰 순례는 우선 일본인을 대상으로 8월 실시된다. 이후 일본 이외의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된 사찰 33곳은 다음과 같다.
△서남권: 보문사(인천 강화) 조계사(서울 종로) 용주사(경기 화성) 수덕사(충남 예산) 마곡사(충남 공주) 법주사(충북 보은) 금산사(전북 김제) 내소사(전북 부안) 선운사(전북 고창) 백양사(전남 장성)
△남부권: 대흥사(전남 해남) 향일암(전남 여수) 송광사(전남 순천) 화엄사(전남 구례) 쌍계사(전남 하동) 보리암(경남 남해)
△동남권: 동화사(대구 동구) 은해사(경북 영천) 해인사(경남 합천) 직지사(경북 김천) 고운사(경북 의성) 기림사(경북 경주) 불국사(경북 경주) 통도사(경남 양산) 범어사(부산 금정)
△동북권: 신흥사(강원 속초) 낙산사(강원 양양) 월정사(강원 평창) 법흥사(강원 영월) 구룡사(강원 원주) 신륵사(경기 여주) 봉은사(서울 강남) 도선사(서울 강북)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