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방인’이다.
한 사람은 흑인이고 또 한 사람은 재일교포 출신이다. 한 사람은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고 또 한 사람은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성공해 ‘야구의 신(神)’이 됐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56) 감독과 SK 김성근(66) 감독 얘기다.
두 사람은 야구 인생만큼이나 야구 스타일도 극과 극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반면 김 감독은 팀원 개개인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스타일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올 시즌 친정으로 돌아온 마해영이 홈런을 터뜨리자 더그아웃에서 뛰어나와 감격의 포옹을 했다.
김 감독은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다. 팀원이 만루홈런을 쳐도 표정 변화 없이 감독석에 앉아 기록을 정리한다. 팀이 이기면 코칭스태프와 악수를 하는 게 전부다.
로이스터 감독은 더그아웃 칠판에 ‘No Fear(두려워하지 말라)!’라고 써 놓았다.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것. “헛스윙이나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한다.
김 감독의 방에는 ‘일구이무(一球二無)’라는 글귀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로 바위를 뚫는다’는 고사성어 일시이무(一矢二無)의 야구 버전이다. 김 감독의 이 철학은 선수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실책을 한 선수는 바로 교체한다. 성의 없이 공을 던지면 다음 날 2군으로 내려 보내거나 벌칙성으로 오히려 더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한다.
두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은 극과 극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롯데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고 SK는 지난해에 이어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두 감독의 ‘선수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사랑’에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생소한 한국 땅에서 “마음껏 야구를 즐기라”며 침체돼 있던 선수들의 기를 살렸다. 김 감독은 경기 중 물의를 일으킨 제자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사죄의 의미로 스스로 한 경기를 결장했다.
피부색이 다르고 가끔 냉혈한 승부사라는 말을 듣는 ‘이방인’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는 점에서 두 감독은 닮았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