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동기’ 고층아파트만 절도… 前장관 집도 털려
서울 강남의 고급 주택가. 어둑한 새벽, 한 남자가 맨손으로 전봇대를 타고 올랐다. 순식간에 8m까지 올라간 남자는 바로 옆 주택으로 뛰어들었다.
‘스파이더맨’ 장모(27) 씨는 이런 식으로 전국의 고급 주택지와 아파트 단지를 누볐다. 전직 장관과 유명 로펌 변호사의 집도 포함됐다. 그는 2003년 상습절도죄로 복역 중이던 부산교도소에서 전직 은행원 출신 박모(36) 씨를 만나면서 범행을 계획했다.
장 씨가 뛰어난 체력을 이용해 고층 아파트를 털면 장물은 박 씨가 처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2006년 나란히 출소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행동에 옮겼다.
배관이나 전봇대를 타고 고층 아파트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발코니 창문이 열린 집 5곳을 잇달아 턴 적도 있다. 돈은 박 씨가 만든 대포통장에 넣어 관리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4개월 전부터 고층 아파트에서 절도 신고가 잇따르자 폐쇄회로(CC) TV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의 차량이 CCTV에 찍히면서 두 사람은 3일 구속됐다.
장 씨는 경찰에서 “어릴 때부터 철봉의 달인이었다. 20층 아파트도 5분이면 배관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경기 수원시의 아파트 17층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나왔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은 104차례, 훔친 금액은 10억여 원에 이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