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동 토속 음식에 즐거운 ‘입’
만년동 라이브 음악에 신나는 ‘귀’
대전 시내버스 513번은 ‘요지’노선이다.
대덕테크노밸리와 대덕연구단지, 둔산동과 삼천동, 중촌동을 지나 대전역과 인동, 효동, 옥계동, 은어송아파트 등 대전의 핵심 주거지역과 상권을 지난다. 대전의 대표적인 ‘부촌(富村)’ 아파트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전역 근처 중앙시장에선 풋풋한 사람 냄새로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평일에는 10분 간격,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13∼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먹을거리의 천국=대전 둔산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1990년 초. 그중에서도 삼천동과 탄방동은 만년동과 월평동보다 훨씬 일찍 도심의 모습을 갖췄다. 그 때문인지 이곳에는 전통적인 먹을거리촌이 형성돼 있다.
삼천동 문정초등학교 뒤편의 전통주막 ‘논두렁밭두렁’에 들어서면 주전자로 만든 물레방아와 1960년대 전자기타, 책가방, 영화 포스터, 공책 등 다양한 소품이 옛 추억을 자극하며 손님을 맞는다. 무료로 나오는 기본 메뉴는 홍합국, 계란탕과 고둥, 잡채, 꽈리고추와 멸치볶음, 그리고 푸짐하고도 싱싱한 과일 등 8가지다. 여기에 쌀과 누룩으로 빚은 뻑뻑주(5000원)와 해물파전(1만 원) 한 접시면 두세 시간은 유쾌하게 보낼 수 있다.
여주인 구복연(49) 씨는 “후덕한 마음으로 손님을 모시다 보니 10년 단골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비 오는 날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042-483-7565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대전맛집멋집 동호회는 문정초교 옆 ‘행복한 분식’(042-484-2080)을 추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경상도 사나이’ 고정규 씨와 부인 윤복임 씨가 7, 8년 전부터 세이브존 앞에서 오전 4시까지 포장마차를 운영하다 최근 33㎡(10평)짜리 가게를 냈다.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잔치국수(3000원)는 오랫동안 끓인 멸치육수에 매운 청양고추와 고소한 유부를 듬뿍 넣는 게 특징.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재료만으로 깊은 맛을 낸다. 수제비 역시 마찬가지.
인근의 중국음식전문점 ‘전가복’과 토속민속주점인 ‘주천’, ‘황금주전자’도 지갑 가벼운 사람들에게 인기다.
▽신흥 즐길거리 널린 만년동=513번이 지나는 KBS 대전총국 주변에는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KBS 정문 앞에 있는 레스토랑 ‘브라비’(366-0200)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맛과 함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멋스러운 품격과 여유가 돋보이는 곳이다. 가게 앞에 아담하게 꾸며 놓은 테라스에서는 햇살이나 비를 즐기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집 단골인 한 지방지 여기자는 “유명 예술인의 친필 서명과 클래식 강좌가 이 집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1970,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를 겨냥해 생긴 ‘7080’ 술집은 이제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본래는 대전에서 시작됐다고. 라이브 노래에 묻혀 술과 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들 술집 중 이곳에선 ‘시애틀’이 유명하다.
이 밖에 중국음식전문점 ‘천년의 정원’, 얇은 피자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친친’,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과 수목원이 내다보이는 레스토랑 ‘비아로마’, 가족과 함께 하룻밤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찜질방 ‘동방삭’ 등이 만년동에서 손꼽히는 장소다.
513번 노선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중 또 하나가 대전의 명물인 엑스포과학공원과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는 꿈돌이랜드. 둔산동을 비롯해 중촌동, 중동, 정동, 효동 등에서 모두 이 노선을 통해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이기진 기자doyoce@donga.com
공동기획: 대전시·대전버스운송조합
☞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성북동휴양림과 충남 논산시 두계까지 운행하는 순환노선 41번, 47번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맛집 등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