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에너지 위기의 불똥이 식량난으로 옮겨 붙으면서 한국이 수입하는 곡물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수입 곡물가의 상승은 식품가격, 외식비 등 생활필수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미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에 더욱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의 농림수산품 수입 물가는 지난해 5월보다 44.8% 올라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로 봤을 때 1980년 12월(48.3%) 이후 약 27년 5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올해 5월의 농림수산품 수산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원화가치는 하락)했던 1998년 2월의 43.9%보다도 높은 것이다. 농림수산품 수입 물가는 2006년 6월(1.3%) 상승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1월(14.6%), 12월(28.8%), 올해 4월(38.3%) 등으로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올해 5월의 상승률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28.9%나 상승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상승분은 3분의 1 정도이고, 나머지 3분의 2는 국제 곡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올랐다는 뜻이다.
품목별로는 밀 가격이 작년 동월대비 대비 127.5% 상승해 농수산품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으며 옥수수는 75.6%, 대두는 76.6%가 각각 올랐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것은 원유 등 에너지 자원 가격의 상승과 관계가 깊다.
유가가 급등하고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자 미국, 브라질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밀, 옥수수 등 곡물에서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곡물이 식량 대신 에너지원으로 쓰이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생긴 것.
여기에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발전으로 식량수요가 늘었고, 곡물 수출국들마저 자국 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수출금지 조치를 발표해 곡물가격이 급등했다. 곡물시장에 투자하는 선진국의 투기자본들도 곡물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공동 보고서에서 "바이오연료 생산과 중국, 인도 등의 곡물 수요 급증으로 식량가격의 강세는 최소한 앞으로 10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식량가격의 고공행진은 국제유가 상승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개도국은 유류비보다 식비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식량가격 급등이 고유가보다 국민 생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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