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관리 운영하는 수도권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www.algoga.go.kr)에서 서울시내 사찰이 빠진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2003년 빠른 길과 지하철 버스 노선을 알려주는 알고가가 개통됐을 때만 해도 교회와 함께 사찰이 지도에 명기돼 있었다. 그런데 6월 업그레이드한 시스템에서는 사찰이 빠졌다.
불교계가 반발하자 국토해양부는 “시스템 유지 관리 위탁을 받은 업체가 꼼꼼히 점검하지 않아 생긴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고 종교적 편향(偏向)이 개입된 고의라는 의심이 든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는 알고가에 이름이 없는 데 비해 인근 중소규모 교회 7, 8곳은 십자가 표시와 함께 들어가 있다. 조계사 구룡사처럼 도로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찰도 몽땅 빠졌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종교평화위원회는 ‘알고가에서 불교의 사찰과 상징물을 제외한 것은 누군가의 지시와 감독이 수반된 일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공무원의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기독교도들조차 온당치 못했다고 할 정도이니 불교계가 성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행히 불교 천주교 기독교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갈등의 소지는 항상 존재한다.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하다. 나의 신앙과 다른 종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는 헌법에 명시된 종교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종교가 편향성 시비나 오해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용역업체의 실수 탓으로 돌리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사찰 이름을 뺐는지 경위를 조사하고 책임을 따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을 공명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종교 간 화합을 해치고, 국민통합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