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져 있는 부메랑성운. 사진제공 NASA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의 기계장치가 바로 ‘거대강입자가속기’(LHC)다. 오는 8월(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함) 가동을 앞두고 있는 이 가속기는 지하 100m 깊이에, 둘레 2만 6659m나 되는 원형터널에 자리하고 있다. 터널 안에 있는 원형 파이프를 따라 양성자를 빛의 속도의 99.99%로 가속시켜 충돌시키는 실험을 한다. 여기서 ‘신의 입자’인 힉스 입자, 암흑물질 후보인 초대칭 입자, 원자보다 작은 미니블랙홀이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LHC를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양성자를 약 27km 둘레의 원형 궤도에 잡아 두려면 엄청나게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하고 이만한 자기장을 얻으려면 1.9K(-271.25℃, 절대온도K=섭씨온도℃+273.15)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자석을 사용해야 한다. LHC는 이 같은 초전도자석 덕분에 1.9K라는 무척 차가운 온도로 냉각된다.
그렇다고 이 정도로 냉각한 LHC가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은 아니다.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은 바로 부메랑성운(나비넥타이성운)이기 때문. 지구에서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으로 5000광년 떨어져 있는 이 성운의 온도는 1K밖에 안 된다. 절대영도보다 간신히 1도 높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놀랍게도 부메랑성운은 심지어 차가운 것으로 유명한 우주배경복사보다 더 차갑다. 우주가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탄생한 뒤 물질에서 분리된 ‘태초의 빛’인 우주배경복사는 현재 우주 곳곳에서 2.73K로 동일하게 측정된다. 온도가 우주배경복사보다 낮은 천체는 아직까지 부메랑성운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부메랑성운이 이렇게 차가워진 이유는 뭘까. 부메랑성운은 태양과 같은 별이 죽어갈 때 최후에 생기는 행성상성운(망원경으로 관측한 모양이 행성을 닮았다고 해 붙인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행성상성운은 죽어가는 중심별에서 주변으로 기체를 뿜어내는데, 부메랑성운에서는 시속 50만km라는 엄청난 속도로 기체를 내뿜는다. 기체가 이렇게 빠르게 팽창하다 보면 성운의 온도는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게 된다. 결국 부메랑성운은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시체’인 셈이다.
1.9K로 냉각된 LHC도 2.73K의 우주배경복사보다 차갑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우주공간보다 더 춥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우주에서 가장 추운 곳은 아니다. 과학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LHC가 우주에서 가장 추워!”라고 썰렁한 농담을 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인 홈피(http://public.web.cern.ch/public/en/Spotlight/SpotlightCool-en.html)에서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다. 물론 이런 자료를 인용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