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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최영출]전남道외자유치가 돋보인 이유

입력 | 2008-07-08 02:57:00


4일 막을 내린 제1회 지역투자박람회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그간 숨은 노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장이 됐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낸 지역은 전라남도였다.

전남도가 3, 4일 이틀간 맺은 투자협약 및 투자계약 금액은 모두 9조9000억 원 규모로 전체 투자유치금액의 절반을 넘는다. 유치된 투자사업에는 미국 트러스그룹의 45억 달러짜리 카지노 호텔과 골프장 건설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번 투자유치 규모만 놓고 전국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개략적으로 분석해 볼 때 20만 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낳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투자유치 성공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수도권 멀어도 차별화해 성공

첫째는 지방자치단체도 남다른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특별히 권한을 더 부여받은 것도 없는데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성과를 낸 것은 지역 차원의 차별적 노력이 성공 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투자유치를 위해 도지사와 담당 공무원이 적극적 리더십으로 발 벗고 나섰고, 295개 읍면동의 주민과 상공인이 ‘한 동네 한 기업유치운동’까지 벌일 정도로 지역 전체가 투자유치에 혼연일체가 됐다. 투자대상기업에 거의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는 공무원들의 열성과 자료 제공, 상대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 유치 노력 등이 성공적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지자체의 이런 투자유치 사례는 비단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미국 앨라배마 주는 2002년 현대자동차를 유치할 때 주법을 고쳐서 공장 용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현대 가족들의 주택 구입과 자녀 등하교 문제까지 배려해 경쟁지역인 켄터키 주나 테네시 주를 따돌릴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주정부의 투자유치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 하이난 성이나 광둥 성, 장쑤 성 등은 공산당 고위 간부를 비롯한 투자유치단을 한국에 보내는 등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열성을 보인다.

그러나 투자유치는 단체장과 공무원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유치 면에서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를 보자. 이들 지역에서도 노사와 지역 주민, 시민단체들이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똘똘 뭉치는 시민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왔다.

두 번째로 전남도의 투자유치가 반가운 것은 외국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수도권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 차원에서 수도권 기업의 지역유치가 아니라 외국의 기업유치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권에 있는 국내 기업을 다른 지역에 유치하는 것은 왼쪽 호주머니에 있던 것을 오른쪽 호주머니에 옮기는 식이어서 분배 효과는 있겠지만 성장 효과는 작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경기침체 현상이 국가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지금 상황에서 대규모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는 그래서 두 배, 세 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용유발-주민단합 일거양득

유엔에서 발간한 ‘2007 세계투자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잠재력지수 면에서는 비교대상국가 141개국 중 17위이나 성과지수 면에서는 123위를 차지했다.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잠재력은 있으나 성과는 대단히 낮은 나라에 포함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방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외국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돼 있으며, 전남도가 이번에 이를 실제로 보여주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지자체들의 투자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지자체들도 “권한이 없다” “재정지원을 더해 달라”라는 의존적 행태에서 벗어나 스스로 파이를 키워가고 따내는 경쟁적 모습으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