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30선석(船席)을 짓는 부산신항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7년 6개 선석이 완공됐으나 배후 물류단지와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하다. 부산=최재호 기자
“동북아 물류허브, 부산신항 배후도시 개발에 달렸다”
부산시 “정부, 국가전략 차원서 지원나서야”
두바이처럼 육해공 연결 시너지 효과 가능
강서지역 50km2 개발제한구역 해제 급선무
《“부산신항의 육성은 동북아 물류국가 실현을 위한 국가적 전략과제입니다. 항만과 공항, 철도를 동시에 가진 강서지역에 정부의 국정과제인 ‘두바이형 포트 비즈니스 밸리(Port-Business Valley) 조성’ 사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합니다.” 7일 오전 8시 부산시청 7층 영상회의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실·국장과 부산발전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해 ‘강서 첨단산업물류도시 건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점검했다. 부산발전 전략토론회에서 부산경제 중흥을 위한 10대 사업 중 1순위로 부산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업이기 때문이다.》
▽첨단산업물류도시가 국가경쟁력=부산항(북항)은 천혜의 입지 조건에 개항 130년을 맞았지만 배후 물류단지가 없어 배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동량 처리가 세계 5위인데도 세계 10위권의 항만도시 중 지역 내 총생산(GRDP)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배후 물류도시가 있는 싱가포르(물동량 처리 1위)는 연간 부가가치 창출액이 164억 달러, 네덜란드의 로테르담(물동량 처리 7위)은 245억 달러인 데 비해 부산은 34억 달러에 불과하다.
부산 강서구 일대에 1996년부터 부산신항이 건설되면서 기회로 다가왔다. 2015년까지 30개 선석을 짓는 부산신항의 완공 때까지 배후 첨단산업물류도시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시는 2년 전부터 이 사업에 매달렸다.
4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 항만물류 전문가 회의에서 독일 하펜시티대 슈베르트 더크 박사가 “함부르크 항은 장래를 고려한 배후단지를 확보하지 못해 항만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부산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한 문제를 부산항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시는 강서지역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정부에 건의한 뒤 신항 배후에 50km²(약 1500만 평)의 첨단산업물류도시를 202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복합물류단지 첨단산업단지 항만배후도시를 만들어 고부가가치 환적화물을 가공하고 동남권 특화산업 육성과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활용한 외국인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내용. 풍부한 잠재시장과 노동력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뛰어난 기술력과 경제력으로 버티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살아남는 길은 물류허브이기 때문.
강서구 전체 면적의 57%(101.4km²)를 차지하는 개발제한구역 중 절반 정도를 해제하고 낙동강 하구 문화재 구역을 재조정하며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해야 하므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부산시는 지적한다.
▽강서지역은 잠재력이 풍부=부산은 유럽∼동남·동북아∼미주를 잇는 유라시아의 관문으로 동서양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부산에서도 강서의 지리적 입지여건은 항만전문가의 분석처럼 단연 국내 최고다.
4월 국제회의 때 미국 미시간주립대 마크 윌슨 교수는 “강서지역이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부산신항 항만배후철도 김해국제공항이 든든한 사회간접자본이다. 여기에다 넓은 평지는 육해공을 연결하는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항만 서비스 노선은 세계 물동량 처리 2위인 중국 상하이(269개)보다 많은 301개로 경쟁력에서 앞선다. 항공도 아시아 주요 도시를 잇는 직항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장기적 신항만 철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 횡단철도(TCR)와 연결되면서 유럽까지 신(新)실크로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자동차산업의 38%, 조선산업의 91%가 모여 있는 포항(철강)∼울산(자동차·조선)∼부산(항만물류)∼창원(기계)∼거제(조선) 간 동남권 산업벨트의 중심적 위치도 강점이다.
그러나 이런 잠재력을 성장동력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와 배후단지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2007년 6개 선석으로 개장한 신항은 기대만큼 활발하지 못하다. 배후 도로와 철도, 북항∼신항 연결도로 건설사업도 늦어지고 있다.
호주 국립대 피터 리머 교수는 “부산신항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처럼 ‘시-에어-레일(sea-air-rail)을 거느린 복합물류를 실현하려면 도시를 적극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해외 항만 배후도시 개발은
‘세계 물류 블랙홀’ 상하이, 300km2규모 신도시 박차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세계 물류의 블랙홀 중국 상하이(上海), 세계 1위 항만도시인 싱가포르, 유럽 관문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이들 항만도시의 공통점은 배후물류단지를 만들어 엄청난 부가가치와 고용을 이뤄낸다는 점이다.
부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상하이에서는 임항(臨港) 신항만도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2010년까지 300km²(약 9900만 평) 땅에다 물류 및 산업단지와 인공 신도시를 짓는 대역사다.
일반산업단지는 광전자산업클러스터(집적단지), 정보기술(IT)제조산업클러스터, 자동차부품클러스터, 일반기계장비클러스터로 나눠 개발한다.
물류단지는 기반시설 및 항만 철도 고속도로 운하 공항과 연계해 짓는다. ‘시&에어, 리버(sea & air, river)’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신도시는 대규모 인공호수를 랜드마크로 50만∼80만 명 규모의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상하이와 양산(洋山) 심수항, 푸둥(浦東)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황금의 델타지역에 위치한 데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계 물동량을 싹쓸이할 태세다.
부산항의 개발모델인 두바이는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배후물류단지로 2000년 이후 세계 화물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의 인공항인 제벨알리항이 1979년 개장하면서 배후물류단지 조성공사에 들어가 1985년 50km²의 자유무역구역을 만들었다. 입주 기업은 현재 100여 개국 6400여 개 업체. 두바이 전체 교역의 40%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최근 5년간 20% 이상 고도성장한 두바이항은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2000년 13위에서 지난해에는 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5위 부산항을 바짝 위협한다.
현재는 금융, 정보, 컨설팅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2015년을 완공목표로 40km²의 자유무역구역을 추가로 조성하고 있다.
항만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30년 동안 20.6km²의 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한 뒤 7000여 개 업체를 유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발전硏 허윤수 박사 “부산항 개발, 국가발전 성장동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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