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개신교 이어 불교계도 집회중단
정치집회 개입 부담에 내부 갈등도 작용
“비폭력 성과… 정부태도 따라 또 나설수도”
종교계가 잇달아 촛불집회를 중단하고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가톨릭과 개신교계가 6일 시국미사 및 시국기도회를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7일 불교계가 ‘시국법회 종료’를 선언했다. 원불교도 8일로 예정된 시국법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7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열 양상의 시위가 가라앉았고 공권력에 짓밟혔던 시민들의 존엄성이 회복됐기 때문에 시국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국민의 의사가 다시 한 번 정부에 전달됐으니 정부가 답변할 때까지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시국법회 추진위원회도 이날 “시민들과 종교계의 뜻을 충분히 표현했다는 판단에 따라 더는 시국법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정부가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광우병 문제나 종교 편향 문제의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계가 방향을 선회한 이유는 비폭력 시위 분위기 정착 등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는 데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집회에 개입하는 것에 내부의 거부감과 교계의 분열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 등 3개 천주교 단체는 동아일보 등 일간지 7일자에 ‘한국 천주교회는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들 단체는 광고를 통해 “촛불시위가 지난 대선에 불복하는 정치 시위로 변질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평신도와 사제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의 행동에 찬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교계의 경우 체포 영장이 발부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6명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농성하는 것과 관련해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책회의 관계자들의 농성과 불교계의 시국법회가 이어질 경우 조계사가 시위의 근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대책회의 사무실이 옮겨 온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계사가 시위의 거점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종교계의 집회 참여는 진정 국면을 맞긴 했지만 정부가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큰 변수다. 정의구현사제단의 김 신부는 이날 “정부의 답변이 납득하기 어려울 경우 다시 시국미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NCCK 관계자는 “‘시민들과 함께’라는 기조만 유지한 채 구체적 행동은 시민들의 목소리와 정부의 대응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