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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不知而言不智, 知而不言不忠

입력 | 2008-07-08 02:57:00


知(지) 알다의 뜻이다. 화살인 矢(시)와 口(구)가 더해졌는데, 화살처럼 재빨리 알아차려서 입에서 말로 나옴을 나타낸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는 淸(청) 段玉裁(단옥재)의 풀이이다. 그는 後漢(후한)의 許愼(허신)이 편찬한 ‘說文解字(설문해자)’, 즉 한자 9300여자의 형체와 의미를 풀이한 본격적인 자전에 상세한 해설을 한 사람이다. 비록 甲骨文(갑골문)의 발견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 성과에 의해 허신과 단옥재의 견해가 보완 수정되고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에 두 사람의 견해는 여전히 매우 유효하다.

智(지)는 知(지)에서 뒤늦게 분화한 글자로, 앎이나 지혜 또는 총명하거나 지혜롭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렇게 智(지)는 知(지)가 지닌 광범위한 뜻 중에서 한 부분의 뜻을 지니고서 知(지)에서 분화된다. 그러나 모체인 知(지)에서 그 의미의 일부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知(지)는 여전히 智(지)의 의미를 포함한다.

한 글자의 뜻이 다양할 때, 그 글자에 부가성분을 더해 그 다양한 뜻 중의 일정한 뜻만을 지닌 새 글자를 만든다. 그렇게 한자는 분화된다. 采(채)에서 採(채)와 彩(채)가 분화하고, 舍(사)에서 捨(사)가 분화한 것과 같다.

忠(충)의 본뜻은 盡心(진심), 즉 마음이나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忠誠(충성)은 진실하고 정성스러움 또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다. 흔히 국가나 군주가 대상인 경우에 쓰지만, 당연히 그 대상에는 제한이 없으며 친구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모르면서도 나서서 말하는 無智(무지)가 있고, 알면서도 침묵하고 말하지 않는 不忠(불충)도 있다. 그런데 아는 것을 歪曲(왜곡)하여 말하는 것은 무어라 규정하면 적당할까. ‘韓非子(한비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