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선 ‘셀 코리아’ 압박… 투기심리부터 안정시켜야
“환율 안정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7일 정부와 한국은행의 발표는 올해 나온 외환당국의 구두(口頭) 개입 중 가장 단호하다.
시장 개입 여부조차 일절 비밀에 부쳐온 외환당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필요하면 외환보유액도 동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현재의 환율 급등을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잘 나타낸 대목이다.
○ 정부와 한은 “시장의 신뢰 회복하겠다”
정부는 최근의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해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물가관리는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다.
하지만 현재 외환시장에는 환율 상승요인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계속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들이 달러로 바꿔 빠져나가는 데다 고유가로 정유사들은 같은 양의 원유를 사올 때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달러 수요 증가 요인이다.
정부와 한은도 이런 요인을 인정한다. 다만 정상적인 수급에 의해서 환율이 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시장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고 판단했다. 환율 상승을 예상해 달러를 팔려는 수출기업들은 달러 공급을 늦추고, 사려는 수입기업과 외국인은 매수를 서둘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더 오르는 것으로 본 것.
외환당국은 최근 구두개입과 ‘실탄개입’(달러 매도)을 통해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정부의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환율은 금세 원상태로 돌아오곤 했다.
한은 안병찬 국제국장은 “최근 정부가 여러 번 조치를 취했는데도 환율 안정 속도가 느렸다”면서 “시장의 신뢰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공동 대응에 나선 이유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였다는 뜻이다.
○ “효과 있다” vs “인위적 개입 위험하다”
정부와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최근의 환율 불안은 달러에 대한 가(假)수요의 영향도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는 투기 심리를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정부의 개입으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7.50원 급락했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위원은 “보유 외환을 쓰고도 방어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추세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급등락을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정부는 이날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5위권으로 달러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는 50억∼8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판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환보유액은 6월 말 기준 2581억 달러로 한 달 전보다 1억 달러 줄어드는 데 그쳤다. 외환보유액 중 2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의 가치가 오른 덕분이다.
그럼에도 외환보유액을 물가관리를 위해 쓰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은 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한국이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반복적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최근 한국은행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 매도 개입이 지속되면 국가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