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곧 15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경제는 위기상태로 진입 중이다. 유가 급등이 불러온 여파 가운데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 교통비 부담이다. 이제는 승용차 운행을 줄이거나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통행 시간과 비용에 있어 경쟁력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제공되기만 하면 많은 승용차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으로 바꿀 것이다.
유가 급등이라는 위기요인을 오히려 선진국 수준의 대중교통체계를 정착시키는 일석삼조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교통정체로 인한 교통혼잡비(연간 24조6000억 원), 차량 배출가스(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로 인한 대기오염, 수송부문 에너지소비(전체 에너지소비의 20%) 등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3가지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대중교통체계의 정착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4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수도권 급행·광역전철망의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경기 일산∼분당, 경기 안산∼서울 청량리를 연결하는 X자형의 급행·광역전철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현재 건설 중인 신분당선(분당∼서울 강남)을 서울 용산역에서 경의선과 연결해 일산∼강남∼분당 간 직통급행전철을 운행할 경우 일산에서 강남까지 30분 이내 통행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으로 바꿀 것이다. 현재 민자사업인 신분당선과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의선을 국가 차원에서 직통연결운행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중교통연계 환승체계를 편리하게 구축해야 한다. 서울시에서 추진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무료 환승요금제, 버스준공영제와 함께 이제는 환승체계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자 만족도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중교통서비스 불만 가운데 환승 불편이 44%로 가장 높다. 여러 노선이 연계되는 지하철역, 국철역, 터미널 등 주요 교통결절점의 환승시설과 정보를 개선해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연계환승시설의 설치기준을 제도화하고,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이용자 맞춤형 환승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주차시설 공급과 주차수요 관리정책을 바꿔야 한다. 기존의 도심 상업지역에 주차장 공급을 의무화하는 주차시설 최소기준제를 최대기준제(주차상한제)로 전환해 도심 상업지역의 주차장 총량을 단계적으로 감축시켜야 한다. 대중교통서비스가 양호하나 도로교통혼잡이 심각한 지역에는 과감하게 주차장을 줄여야 한다. 주차상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주차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시행 중인 주차단속 민영화제도는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
넷째, 지자체의 교통시설 확충 및 운영을 위해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의 지원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현재는 사업별로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다 보니 지자체의 특성에 적합한 교통시설보다는 도시철도 등 특정 교통시설 위주로 지원이 이뤄져 비효율적 교통시설 투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대도시 도시철도사업은 저조한 수송분담률과 재정 적자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교통부문의 국고보조금 지원을 개별 사업방식에서, 대중교통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포괄지원방식으로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
새 정부가 공약한 실용주의 정책 중에서 선진국 수준의 대중교통체계 정착은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실용주의 정책의 모범적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육상교통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