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락 한국야쿠르트 사장은 “과학한국을 짊어질 미래 동량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후원 회사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 ‘30년 후원’ 한국야쿠르트 양기락 사장
79년 첫 후원… 회사 작았지만 후원 아끼지 않아
올해 서른 살을 맞은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든든한 후원자는 한국야쿠르트다.
이 회사는 첫 대회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후원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과학꿈나무 배출’을 기치로 내건 이 사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동아일보에 대한 압박이 극심했던 노무현 정부는 ‘동아일보 사업’을 후원하는 데 유무형의 압력을 넣었지만 한국야쿠르트는 꿋꿋하게 후원자 역할을 해냈다. 이 대회 후원회사인 한국야쿠르트 양기락(60) 사장을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났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가 꼭 30년째입니다. 한 사업을 이처럼 오랫동안 후원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1979년 동아일보사와 과학기술처가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후원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은 6·25전쟁을 겪은 세대입니다. 국가관이 뚜렷하고 애국심이 강하신 분이죠. 윤 회장께서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젊은 과학인재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이 사업을 30년 동안 후원할 수 있었던 것도 윤 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 때문이지요. 또 한번 인연을 맺으면 의리를 저버리지 못하는 ‘야쿠르트 기업문화’도 한몫했고요.”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1979년만 해도 우리 회사는 매출액 200억 원에 순이익 7억 원의 조그만 회사였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이 행사의 후원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부 중역은 반대하기도 했지만 윤 회장께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매년 후원을 아끼지 말라며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후원 30년을 맞는 소감은 어떠신지요.
“올해도 전국 초중고교생 15만여 명의 과학 꿈나무들이 참가했습니다. 명실상부하게 국내 최고, 최대 과학발명품경진대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한국야쿠르트는 대회 행사 비용뿐 아니라 수상자들의 해외견학 비용까지도 모두 부담하고 있다. 지금까지 30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50억 원가량을 내놓았다.
“솔직히 저희 회사라고 왜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외환위기 때는 무척 어려웠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한국의 과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후원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사회공헌사업이 적지 않은데요.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외에도 ‘사랑의 손길 펴기 운동’과 전국어린이건강글짓기대회, ‘유산균과 건강’ 국제학술 심포지엄이 있습니다. 이 4대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연간 30억 원 이상입니다. 사랑의 손길 펴기 운동은 모든 임직원이 매달 급여에서 1%를 떼 불우이웃을 돕고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랑실천운동입니다.”
―33년 동안 한 우물만 파셨습니다.
“제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고지식하게, 하지만 성실하게 한쪽만 바라보고 사는 스타일이지요. 제 자식에게는 성실하게 한 우물만 파고 사는 것도 괜찮다고 얘기합니다.”
―최근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하는 현 정부에 기대감이 큽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배럴당 30∼40달러 하던 유가가 지금 140달러를 넘지 않았습니까. 모든 게 빨리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정치 경제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제 위치로 돌아가 열심히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충남 논산 출생인 양 사장은 강경상고와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한국야쿠르트에 입사해 33년 동안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