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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해외로? NO! 우린 ‘엄마표’ 영어!!

입력 | 2008-07-08 03:01:00


《처음 영어 교과를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는 A, B, C를 배워야하는 학생부터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까지 수준 차가 천차만별이다. 또래 친구보다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초등학생은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절망감은 영어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이 때문에 조기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다. 그러나 자녀를 ‘토종 영어’로 자신감 있게 키운 부모도 적지 않다. 임수현(44·회사원·서울 강남구 도곡동), 고윤현(40·주부·서울 송파구 가락동), 홍귀남(38·회사원·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현주(35·주부·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의 초등생 자녀들은 국내파 학생이지만 교내외 영어 말하기대회나 영어경시대회에서 상을 타온다. ‘강남 엄마’라면 한번쯤 보내는 해외 연수도, 비싼 어학원에도 보낸 적이 없다. 이들이 집과 학원을 조화롭게 활용해서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비결을 들어보자.》

① 원칙: 영어는 시작도 끝도 자신감이다!

“강남에선 바퀴 달린 기내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 초등학생이 많아요. 학원 책이 너무 많으니까 넣어 다니는 거죠. 책을 들고만 다니는 게 문제죠. 펼쳐보면 책장이 하얘요.”(임수현 씨)

이들은 “아이가 어느 학원의 어느 레벨(반 등급)에 다닌다는 걸 자랑으로 삼는 엄마들도 있지만 아이를 너무 몰아붙이면 나가떨어진다”고 말했다. 엄청난 양의 학원 숙제와 무리한 학원 레벨 경쟁에 지쳐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가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조금씩 반복해서 가르치자’는 영어지도 원칙을 갖고 있었다. 대학 입시까지 쭉쭉 밀고 나갈 에너지를 비축해두기 위해서다. 네 엄마는 자녀를 어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숙제가 없는 학원에 보내거나 집에서 영어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② 1단계 : 테이프 딸린 영어동화책으로 공부습관만들기

네 엄마의 공통점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후부터 영어책을 매일 읽혔다는 것이다. 영어동화책을 전집으로 사서 집에서 읽히거나 영어전문서점에 가서 읽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영어로 된 동화책을 고를 때는 전래동화나 세계 명작동화 가운데 아이들이 한글로 이미 읽었던 책, 혹은 공룡, 해리 포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골랐다. 영어를 몰라도 눈치로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

말을 하려면 일단 많이 들어야 한다. 네 엄마는 무엇부터 들려줄지 모르겠다면 가장 안전한 선택인 영어동화책을 고르라고 추천했다. 단, CD가 아니라 테이프가 부록으로 딸린 영어동화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어학기로 빨리 재생하기, 구간반복재생하기 등을 하려면 테이프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임 씨의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은 2년째 어학기로 매일 공부하다 ‘손가락 깁스’까지 했다.

초등중 영어전문학원인 토피아 잉글리시존의 박성은 분당본원 원장은 “테이프로 영어동화를 꾸준히 들은 학생은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해외파 학생 못지않은 탄탄한 발음과 말하기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학생은 영어동화책을 통해 읽기 듣기를 충분히 연습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인 말하기와 쓰기도 매끄럽게 익힐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③ 2단계: 엄마 스타일 따라 다른 영어지도법

출발선은 같지만 영어지도법은 네 엄마가 모두 달랐다. 영어공부의 강조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윤현 씨는 일단 많이 들어야 말하기나 쓰기가 된다고 보는 ‘듣기 중시형’이다. 고 씨는 큰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때부터 단계별로 된 어린이 영어동화책 전집을 구입했다. 100단어로 된 영어책 한 권을 반복해서 들으며 따라 말하는 ‘섀도잉(shadowing)’을 하되, 같은 책을 한 달이든 석 달이든 듣고 싶은 만큼 읽게 했다. 단, 매일 1시간씩 반복해서 들은 다음에야 나가 놀도록 했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은 요즘 ‘오즈의 마법사’처럼 800단어로 된 영어동화책을 듣고 있다. 40분짜리 테이프를 어학기로 빨리 돌려서 20분씩 3번을 반복해서 듣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홍귀남 씨 역시 ‘듣기 중시형’이다. 홍 씨는 큰아이가 세 살 되던 해부터 매일 20분짜리 영어비디오 교재를 3번씩 틀어줬다. 저녁에는 짧은 영어그림책을 10∼20권씩 읽어줬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 된 큰아이는 고등학교 수준의 어휘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수현 씨는 ‘읽기, 쓰기 중시형’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큰딸은 영어 책읽기 학원에 다니고 있다. 사회·문화·정치·경제·과학 등 각 분야의 어린이 영어 전문서적을 골라 읽고 오디오로 들은 뒤 영어 독후감을 쓰는 학원이다. 5학년 겨울방학에는 학원에서 하는 두 달짜리 겨울방학 문법 특강반에도 보냈다. 언니, 오빠들과 섞여서 공부하면서 글쓰기가 크게 늘었다. 요즘은 A4 용지로 두 장씩 영어 에세이를 써낼 정도로 글쓰기에 익숙해졌다.

이현주 씨는 원어민처럼 정확하게 듣고 말하는 것을 강조하는 ‘문법 중시형’이다. 처음에는 이웃의 엄마들을 모아 원어민 교사와 인라인을 배우며 영어로 이야기하는 모임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원어민 교사는 문법상의 자잘한 실수에 너그러워서 의사소통만 되면 “very good job(정말 잘했어요)”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게 목적이었던 이 씨는 아이가 대충 듣고 대충 말하는 게 싫어 미련 없이 모임에서 빠져나왔다.

이 씨는 아이를 한달짜리 방학특강 에세이반에 보내고 어린이 영자신문을 정기구독하며 CNN을 자주 틀어둔다. 이 씨의 큰 딸은 지난해부터 한국외국어대, 코리아 타임즈, YBM 시사 등에서 실시하는 영어경시대회에서 연달아 입상하고 있다.

④ 3단계: 학원 레벨 테스트로 틈틈이 실력을 점검하라

엄마들은 집에서 공부하든, 학습지나 소형 학원에서 공부하든 간에 정기적으로 대형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요즘 학원의 레벨테스트는 결과표도 제공하는데, “웬만한 대기업의 ‘재무회계표’보다 더 꼼꼼하다”는 평을 듣는 학원이 많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각 영역에서 자녀의 객관적인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다면 학원 레벨테스트가 큰 도움이 된다. 내 아이에게 꼭 맞는 좋은 학원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