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버지인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외동딸을 데리고 미국 연수를 떠났다. 홀로 한국에 남은 아내는 졸지에 ‘기러기 엄마’가 됐다. 미국 시애틀에는 혈혈단신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들이 많았다. 대학 교수, 의사, 공무원 등 직업도 다양한 아버지들은 한국 음식점에서 만나 밥도 먹고 경험도 나누며 ‘기러기 미팅’을 가졌다.
저자는 딸을 처음 미국 초등학교에 보내던 날부터 한국에 다시 돌아와 적응하던 날까지의 경험을 이웃에게 수다 떨 듯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3인 가족 기준 한 달 생활비만 최저 3500달러인 미국생활 때문에 파트타임 일거리를 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이야기할 때는 자못 심각한 아버지 같지만, 일주일간 찬거리를 나열하거나 엄마 없는 딸아이가 생일파티 때문에 속상해할까 봐 걱정했던 일을 말할 때는 영락없이 다정한 어머니 같다.
저자는 ‘기러기 가족’을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는다. 영어 하나를 얻는 대신 한국어를 까먹고,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등 잃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기러기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독자의 선택에 맡긴다. 단,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면 조기유학의 허상과 실상을 모두 알고 가라고 조언한다.
‘허허실실 조기유학(기자 아빠와 초등생 딸의 유학생활 분투기)’, 조재우 지음, 한울, 280쪽, 1만4000원.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