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학 측면에서 이상적 지형으로 여겼다. 잠시 조선의 새 도읍지 물망에 올랐다. 일제강점기 숱한 종교단체들이 모여들었다. 긴 시간 미신의 소굴처럼 지탄받았다. 어쩌다 민족 신비주의 시각에서 조명되기도 했다. 현재의 충남 계룡시, 바로 신도안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옆 아뜰리에 에르메스(에르메스 건물 3층)에서 8월 17일까지 열리는 박찬경의 ‘신도안’전은 미신적 세계, 이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냉전과 분단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사이비 종교로 취급받은 계룡산 문화에 포커스를 맞춘다. 근대화에 떠밀려 사라진 신도안을 환한 불빛 아래로 끄집어낸 작업을 통해 왜곡된 한국의 근대사에 대한 반성을 제기하는 것.
영화, 사진, 모형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전시의 핵심은 남아 있는 사진기록과 텍스트를 근거로 다큐 영화처럼 제작된 45분 필름 작업. 작가는 신도안의 어제와 오늘을 교차시키며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 캘리포니아 예술대에서 사진을 공부한 작가는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했다. 02-3015-3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