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복귀인가.
대한축구협회는 7일 이회택 협회 부회장을 기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영무 전 위원장은 이론적으로 해박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는 다소 의견 차가 있었고 추진력이 다소 미흡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에 비하면 이 신임 위원장의 발탁은 몇 가지 점에서 눈에 띈다.
우선 허 감독과 ‘코드 맞추기’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이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 허 감독은 트레이너로 함께 했다. 1990년대 초에는 포항에서 감독과 코치로 지냈다. 이 위원장이 4년 전 기술위원장을 맡았을 때 허 감독은 부위원장이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어려운 상황에서 영향력이 큰 이 부회장을 기술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기술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대표팀 관련 업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2004년 기술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을 선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을 이유로 비판적 의견도 많다. 본프레러 감독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이 위원장이 현 대표팀의 기술적 답답함을 과학적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인지, 또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는 이도 많다. 이 위원장이 아무리 축구계의 대선배이지만 기술위원회가 대표팀에 대한 실제적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개혁이 통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사실상 권한이 없는 기술위원장만 교체하면서 허 감독에 대한 비난을 차단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대표팀이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뿐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