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이면 밤마다’에서 하는 일마다 번번이 실패하는 악덕 도굴꾼 김상 역을 맡은 김병옥. 전영한 기자
SBS ‘일지매’에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허허실실한 땡추 공갈아제로 분한 안길강. 사진 제공 포커스유유엔터테인먼트
《김병옥(48)과 안길강(42). 이름은 낯설지만 얼굴을 보면 “아, 그 사람” 하고 무릎을 칠 만한 배우들이다. 연극배우로 데뷔한 둘은 모두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악역 전문 조연이라는 게 공통점. 최근 MBC ‘밤이면 밤마다’와 SBS ‘일지매’에 출연하며 빛나는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김병옥은 여전히 악역, 안길강은 회개한 악역을 맡았다.》
■ ‘밤이면 밤마다’ 도굴꾼 김병옥
“24시간 상대 폐부 찌를 묘수 찾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이영애)에게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무안당하던 전도사, ‘올드보이’ 속 우진(유지태)의 보디가드, ‘무방비도시’의 잔혹한 쌍둥이 소매치기…. 김병옥의 25년 배우 이력은 범죄자 아니면 위선자, 그것도 아니면 배신자뿐이다. 드라마 데뷔작인 ‘밤이면 밤마다’에서 맡은 역할도 2% 모자란 악덕 도굴꾼 김상.
“장자(莊子)는 이런 말을 했지요. 물고기가 사람을 보고는 괴물이라며 도망가더랍디다. 인간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있어요. 전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악의 욕망을 조금 과하게 연기하는 것뿐이죠.”
4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그를 만났다. 네 겹으로 주름진 큰 눈을 끔뻑이며 “실제 나는 사슴처럼 겁이 많고 쉽게 상처받는 영혼”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느껴지는 배려와 섬세함은 역으로 악인 연기가 철저한 연습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 준다. “악역은 쓰는 근육까지 달라요. 틈틈이 상대의 뇌와 폐부를 아프게 찌를 수 있는 음정과 음색, 말끝의 여운까지 연구하죠.”
극단 ‘목화’ 출신으로 1983년 연극 ‘리어왕’에 처음 출연한 그는 박희순 유해진 김수로 등과 한솥밥을 먹었다. 박찬욱 감독의 눈에 띄어 2003년 ‘올드보이’로 영화에 데뷔한 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박 감독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다.
텃밭이던 연극 무대를 떠난 그는 “늘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아무렇지 않게 연기해야 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아직도 낯설다.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짜리 두 딸이 볼까 봐 식당에서 조용히 본다고. 게다가 여전히 그는 카메라가 두렵다. “카메라는 괴물 같아요. 연극할 때는 무대가 괴물이었는데. 매번 이거하고 싸워야 하잖아요. 다윗과 골리앗처럼 열에 아홉은 지는 싸움이지만 피 흘리고 싸우다 보면 한 번은 이기고 가는 쾌감이 있겠죠.”
■ ‘일지매’ 공갈아제 안길강
“내 팔자 ‘악역’ 당분간 못해 아쉬워”
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