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째 인터넷만으로 외부와 소통하고 있는 EBS ‘리얼 실험 프로젝트 X’의 참가자 오정주 씨. 오 씨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번 돈으로 이불과 옷을 샀다. 전영한 기자
“제가 춤추는 걸 찍고 싶은가 봐요, 이젠 포기할 만도 한데….”
4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오피스텔. 영어학원 강사인 오정주(24) 씨는 ‘인터넷의 한계’를 시험해보자는 EBS ‘리얼 실험 프로젝트X’에 참여해 녹화 중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8, 15, 22일 3회에 걸쳐 방영된다.
오 씨는 강사 일을 중단하고 19일째 컴퓨터, 쌀 3kg과 2L짜리 물 한 병, 두루마기 휴지, 3만 원을 가지고 18m²의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 씨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외주제작사 ‘토마토미디어’의 이승우(41) PD는 며칠째 ‘춤’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오 씨가 춤을 잘 추거든요. 고립된 상황에서 춤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의 몸짓이 될 수 있잖아요. 그걸 찍고 싶은데…오 씨는 싫대요. 계속 기다려야죠.”
하지만 헐렁한 티셔츠 차림의 오 씨는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 볼 뿐이다.
오 씨는 “혼자 있다 보면 별것 다하지 않겠나? 그래도 춤추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고 싶지 않다”며 웃는다.
이때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입니다.” 택배를 받은 오 씨는 탄성을 지른다. “화장품 세트네….”
수십만 원어치다. 오 씨는 방에 갇혀 지내지만 화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화장품 회사 인터넷 사이트를 돌며 사연을 올렸고 한 회사가 세트를 보내 온 것. 이 PD는 이때를 놓치지 않는다.
“기분이 어때요?” “여자의 어떤 욕망이죠?”
이 PD가 10여 차례 질문하자 오 씨는 “답답한 마음이 화장하면 색색으로 밝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PD는 “출연자가 카메라를 너무 의식한 듯하면 잠시 카메라를 끄고 대화한다. PD는 관찰자지만 때로는 대상을 자극하고 갈등도 유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랜 촬영 탓인지 서로에게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