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는 그들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세계 정상의 골퍼들이 모인다는 미국 남녀프로골프투어에서 같은 날 나란히 정상에 선 재미교포 앤서니 김(김하진·23·나이키골프)과 이선화(22·CJ). 이들은 선두에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가 특유의 뚝심으로 역전우승을 거뒀기에 그 감동은 더욱 짜릿하다. 20대 초반의 '코리아 남매'가 멀리 미국에서 전해온 월요일 아침의 낭보는 새로운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타이거 정글’서 라이언 웃다… 앤서니 김, AT&T 내셔널 정상
소년의 우상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앤서니 김이 바로 자신의 우상인 우즈가 주최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대회 원년인 지난해 최경주(나이키골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계 골퍼가 우승했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우즈는 출전하지 않았다.
앤서니 김은 7일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 콩그레셔널GC 블루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앤서니 김은 첫 홀인 1번홀(파4)에서 러프에 떨어진 공을 두 번째 샷으로 핀 2.5m 지점에 붙여 버디를 낚으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다져나갔다. 7번홀(파3), 9번홀(파5) 징검다리 버디로 순위를 끌어올린 앤서니 김은 10번홀(파3)에서 한 타를 줄인 뒤 16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굳혔다.
앤서니 김은 5월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두 달 만에 2승째를 거두며 골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PGA투어에서 25세 이하의 선수가 한 시즌에 2번 이상 우승한 것은 우즈 이후 앤서니 김이 처음이다. 올 시즌 2승 이상을 거둔 ‘멀티플 위너’는 4승을 올린 우즈와 필 미켈슨, 케니 페리(이상 미국), 앤서니 김(이상 2승) 등 4명뿐이다.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AK’라는 이니셜이 새겨진 벨트 버클을 착용했던 앤서니 김은 이날도 새로 주문한 큼지막한 ‘AK 버클’을 착용했다. 우승 뒤 앤서니 김은 “행운의 버클”이라고 말했지만 앞으로 이 버클은 다른 선수들에게는 ‘우즈의 붉은 셔츠’처럼 공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한편 ‘탱크’ 최경주(나이키골프)는 공동 49위(이븐파 280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버디 화룡점정’ 돌부처 웃다…이선화 P&G뷰티 15언더 우승
마지막 라운드에 이런 스코어 카드를 적고 있다면 조바심이 날 만도 했다. 타수를 줄여 순위를 끌어올려도 시원찮을 판에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으니 제 풀에 지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부처’ 이선화는 달랐다.
어떤 표정 변화도 없이 묵묵히 코스를 공략하던 그가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공동 선두로 맞이한 18번홀(파5·545야드). 이선화는 98야드를 남기고 피칭웨지로 한 세 번째 샷이 핀을 지나갔으나 백스핀이 걸려 홀 1m 지점에 멈췄다. 가볍게 버디를 추가한 그는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1타 차 2위였던 이미나(KTF)가 이 홀에서 파에 그쳐 우승을 확정지었다.
7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P&G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
1타 차 공동 3위로 최종 3라운드에 들어간 이선화는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공동 2위 이미나와 제인 박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이로써 이선화는 지난달 긴트리뷰트 챔피언십에서 9타 차의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데 이어 자신의 시즌 첫 2승째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LPGA투어 통산 4승째.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를 받은 그는 상금 5위(99만3823달러)로 뛰어올랐다.
이선화는 “시즌 목표인 2승을 빨리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하다. 마지막 홀에서는 무조건 버디를 해야 연장이라도 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코리안 군단’은 지은희(웨그먼스LPGA)와 박인비(US여자오픈)에 이어 3주 연속 우승하며 한여름 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최근 ‘박세리 키드’의 돌풍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선화는 일찌감치 ‘리틀 박세리’로 불렸던 유망주. 이선화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6년 성인 프로대회인 톰보이여자오픈에 출전한 뒤 2000년 만 14세로 프로테스트에 합격해 2001년 최연소 우승까지 했다. 2006년에는 LPGA투어에 진출해 박세리처럼 신인왕에 올랐다. 박세리는 같은 CJ 소속일 때 이선화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날 이선화는 7번홀(파5)에서 45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이글로 연결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나연(SK텔레콤)과 지은희(휠라코리아)는 공동 8위(12언더파)를 차지했고 8일 금의환향하는 박인비(광운대)는 10위(11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