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경영연구원 전성철 이사장(59)은 국내 최고의 협상 전문가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어 관계로 끝난다. 관계는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식으로부터 상사와 부하,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로까지 확장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기뻐하며, 관계로 인해 절망한다.
모든 관계가 내 자신의 뜻대로만 움직여준다면 그 삶은 얼마나 축복받은 삶이 될 것인가. 전 이사장은 ‘협상’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 직장인들에게 있어 협상능력은 매우 중요한 평가가치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직장인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협상에 실패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자기 생각만 하니까 그렇습니다. 자기 필요, 욕구에만 집중하니까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 역시 이쪽에 대해 별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요.”
- 협상 전문가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노하우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있죠. 협상을 잘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이런 점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란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반면 ‘이런 점이 당신에게 이롭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예를 들어 나는 우동을 먹고 싶은데 저쪽은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협상을 못하는 사람은 우동이 얼마나 맛있고, 내가 얼마나 우동을 먹고 싶어 하는지를 끊임없이 늘어놓으며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요. 하지만 협상에 능한 사람은 ‘프라이드치킨 좋지. 하지만 트랜스지방이 많아서 살이 찔 텐데 괜찮겠나?’하는 식으로 접근을 할 겁니다.”
비즈니스맨들이 협상을 잘 못하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상대방의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과 구조를 겨냥해서 대화할 줄 알아야 한다.
- 협상을 잘 해도 결렬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협상이란 게 결국은 중간에 놓인 떡을 어떻게 나누어 먹느냐는 것이죠. 제가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여기 100이란 떡이 있습니다. 나는 60을 먹고, 상대방은 40을 먹어야 하는 협상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기어이 50을 먹겠다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결렬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아니죠. 떡을 키우면 됩니다. 중장비 기계를 판다고 칩시다. 나는 100만불을 받아야 하는데 상대는 90만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합의가 안 되니 결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 가만히 잘 생각해 봅시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에는 여러 가지 환경이 있지요. AS기간이라든지, 그럴 경우 부품값을 누가 댈 것인가, 또 지불기간을 늘린다든지, 융자라든지, 기계 교육비용에 대한 문제도 있고 … 즉 상대방으로 하여금 100만불을 내면 이런저런 혜택을 주겠다며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겁니다. 떡이 모자라면 탁자 위에 떡을 더 가져다 놓는 것이죠.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는 떡이 모자라서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당사자들이 떡을 키우려는 노력을 안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협상을 잘 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 이사장은 ‘질문하라, 질문하라, 질문하라’라고 세 번이나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00을 요구하는 상대방에게 밑도끝도 없이 90을 강요하는 것은 ‘협상’이 아닌 ‘흥정’일 뿐이다.
“상대가 100을 주장하면 ‘그 100은 어떻게 해서 나온 값입니까?’라고 묻습니다. ‘이건 정상가격이다’라는 답변이 온다면 ‘그렇다면 특별가격이란 것도 있습니까?’라고 묻게 됩니다. ‘있다’라고 하면 당연히 ‘어떤 경우입니까’하고 물어야겠죠. 예를 들어 ‘5개 이상 사면 할인을 해준다’라면 ‘5개는 아니지만 2개이니 배려를 좀 해주시지요.’라고 얘기하는 것이 순서일 겁니다. 이렇게 되면 숫자놀음이 아닌 논리의 진행이 됩니다. 질문은 협상을 숫자의 게임에서 논리의 게임으로 전환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협상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윈(win)-윈(win)’과 ‘윈(win)-루즈(lose)’ 그리고 ‘결렬’이 그것이다. 전 이사장은 ‘윈-윈’이 최고요, 최악은 ‘결렬’이 아닌 ‘윈-루즈’라고 말한다. 협상은 관계의 또 다른 시작인데 ‘윈-루즈’는 상대로 하여금 ‘당했다’라는 피해 의식을 갖게 만들고 이것이 결국은 큰 손해로 나타난다는 얘기이다.
전 이사장은 국내에도 협상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자신이 변호사로 일했던 미국의 경우 정치인,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일선교사, 소방관, 경찰들도 협상의 기술을 배운다고 했다. 전 이사장이 설립한 IGM협상스쿨은 지금까지 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협상교육 시스템이 발달한 미국은 한 기관에서만 40만 명 수준에 이른다.
“협상테이블에는 일정한 원리와 법칙이 있습니다. 내 요구가 아닌 상대방의 욕구를 읽으십시오. 그리고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창조적 대안을 찾으십시오. 결렬을 대비해 떡을 키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십시오. 협상은 과학입니다. 과학이기에 익히고 배워야 합니다. 협상을 배워, 세상을 이기십시오.”
전 성 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1949년 대구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MBA와 로스쿨을 마치고 맨해튼의 대형 로펌 리드&프리스트에서 파트너로 일했다. 베스트셀러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협상 카리스마’ 등 6권의 저서를 썼고 2003년 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와 전파를 위해 세계경영연구원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CEO들의 평생공부모임인 IGMP 700인 클럽을 발족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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