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2년차 ‘앤서니 김’ 겁나게 컸다
2007년 PGA투어 최연소 선수였던 앤서니 김은 떠오르는 루키로 150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며 눈부신 투어 1년차를 보냈지만 시즌 막바지에는 힘 빠진 새끼사자처럼 보였다. “대회를 마치고 나면 다음 대회까지 클럽을 꺼내지도 않고, 연습 라운드도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였다.
“마지막 석 달 동안은 거의 비몽사몽으로 살았던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축 처진 채 그냥 움직이기만 했다. 나 자신에게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 주말 골퍼처럼 티오프 직전에 아침을 먹으며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는 것이 골프를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가능성은 보여주었지만 이처럼 튀는 행동은 구설수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올해 스물세살의 프로골퍼는 이같은 성장통을 겪으며 조용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즌을 마친 앤서니 김은 인터뷰를 통해 “투어 2년차에 접어들면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쓸데없는 말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대학생처럼 살 수 없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제 끝났다”며 골프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앤서니 김의 생각이 바뀐 계기는 작년 9월 BMW챔피언십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모습을 본 뒤부터다. 앤서니 김이 평소처럼 별 준비 없이 퍼터를 몇 번 친 뒤 첫 번째 홀에 나갔는데 자기보다 11분 뒤에 출발하는 우즈는 이미 코스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과는 우즈의 우승이었고 앤서니는 그보다 22타 뒤진 52위였다.
그 때부터 앤서니 김은 연습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2008년에는 조금 더 준비된 골퍼가 되기로 다짐했다. 깨달음 이후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한 앤서니 김은 AT&T내셔널 우승으로 타이거 우즈 이후 유일하게 25세 이하 선수가 시즌 2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우승 뒤 우상이었던 타이거 우즈의 축하 전화까지 받았다. 타이거 우즈는 “연습에는 끝이 없다. 또 연습하고 연습하라”고 충고했다.
앞으로 앤서니 김이 우즈의 충고를 가슴 깊이 새겨 넣고 우상을 뛰어넘는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한편 앤서니 김이 AT&T내셔널에서 시즌 두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벨트 버클이 화제로 떠올랐다. 앤서니 김은 이번 대회에 자신의 이니셜인 ‘AK’와 번쩍번쩍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버클을 허리띠에 달고 출전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김은 우승을 확정한 뒤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이 버클을 착용했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 제품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김은 챔피언조에 들면 새 버클을 착용하기로 했지만 성급하게 이 버클을 차고 나와 우승한 뒤 “이 버클은 무겁기도 하고 비싸다. 이제는 내 행운의 버클이 됐다”고 말했다. 이 버클은 애틀랜타주에 있는 ‘하우스 오브 플레밍’이라는 상점에서 팔고 있으며 일명 차일즈 버클이라 불린다.
이 가게에는 앙헬 카브레라와 로리 사바티니를 비롯한 70여 명의 투어 프로들이 단골로 드나든다. 그 중 대런 클라크(아일랜드)는 무려 300개의 버클을 소유하고 있다. 차일즈의 버클은 개당 400∼4,000달러 사이로 고가다.
투어 프로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버클 사업은 8년 전 한 고객이 가게에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한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패턴과 색상의 버클을 골랐고, 저는 그 자리에서 만들어줬죠. 그는 무척 마음에 들어 하면서 타이거에게 줄 똑같은 걸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라고 했다. 그 사람은 바로 우즈의 스윙 코치였던 부치 하먼이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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